공공운수노조 ‘수당 삭감 고용 확대’ 제안
“주 40시간 노동 땐 신규고용 1만8천명”
전문가 “사회적 합의 단초 마련한 셈”
“주 40시간 노동 땐 신규고용 1만8천명”
전문가 “사회적 합의 단초 마련한 셈”
노동계가 노동시간을 줄여 청년 일자리를 만들자는 노동정책을 잇따라 제안하면서, 이번 대선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민주노총이 ‘연 1800시간 노동시간 상한제’를 대선 정책과제로 내놓은 데 이어 한국노총도 “노동시간을 줄여 일자리 60만개를 창출하자”고 제안했다. 14일에는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가 “시간외 근무를 폐지하고 노동시간을 주 40시간으로 단축하자”고 주장했다. 특히 이날 제안은 임금 감소도 어느 정도 감내하겠다는 뜻을 노동계가 처음 명시적으로 밝혔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장시간 노동이 만연해 있다. 근로기준법 제50조는 주 40시간을 초과하는 노동을 금지하고, 제53조는 당사자가 합의하더라도 주 12시간만까지만 연장근로를 허용하지만, 현실은 법과 동떨어져 있다. 아직까지 주 40시간 근무제를 적용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663만명(34.3%), 주 52시간을 초과하는 탈법적인 장시간 노동자가 345만명(17.9%, 2015년 기준)에 이른다.
박태주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장시간 노동은 사용자와 노동자간 일종의 ‘담합’의 산물”이라고 설명했다. 회사는 사람을 새로 뽑는 대신 기존 노동자에게 연장 노동을 시키면서 초과근무 수당을 주는 게 총 인건비가 덜 든다. 노동자는 일을 더하더라도 각종 수당을 받아 전체 임금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장시간 노동을 수용한다. 고성장 시대에는 기존 노동자가 장시간노동을 해도 전체 필요 인력이 많기 때문에 고용이 늘어났지만, 저성장 시대에는 이런 관행이 바뀌지 않으면 신규 채용이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
노동사회연구소의 지난 1월 ’노동시간 실태와 단축 방안’ 보고서를 보면, 주 40시간 근무제를 적용받지 못하는 노동자(663만명)에게 주 5일 근무제가 적용되면 이들의 노동시간이 주당 3~4시간이 단축되면서, 새로운 일자리가 51만~70만개를 만들 수 있다고 돼 있다. 또 현행법을 위반해 주 52시간을 초과하는 장시간 노동자(345만명)에게 주 52시간 상한제를 전면 도입하면 새로운 일자리가 59만~77만개가 생긴다.
공공운수노조는 이날 “좋은 일자리를 확대할 방안으로 공공부문부터 연간 실노동시간을 1800시간 이하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수립하고 각 공공기간별로 실행계획을 수립하자”고 제안했다. 공공기관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42.54시간(2011년 기준)인데 각종 시간외 근무를 폐지해 주 40시간(연간 1800시간 목표)으로 단축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 공공기관 임직원 약 29만명(2016년 기준)에서 약 1만8000명을 신규 채용할 수 있다고 공공운수노조는 설명했다.
지금까지 노동계는 노동시간 단축을 주장하면서도 이에 따르는 ‘임금 감소’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이른바 ‘임금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 방침이다. 이에 기업 쪽도 노동시간 단축 논의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고, 결국 사회적 논의가 제대로 진전되지 않았던 게 현실이다. 정이환 서울과학기술대 교수(사회학)는 “이번 제안은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사회적으로 합의할 수 있는 좋은 단초를 마련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이한주 가천대 교수(경제학)는 “만약 공공부문이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수당 삭감과 기본급의 동결 또는 정액 인상에 동의한다면, 전체 노동자의 기본권 확대와 연대 강화라는 장기적 이득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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