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등이 16일 오후 서울 정동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5월9일 치러질 대선을 앞두고 각 산별노조가 요구하는 대선의제를 밝히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않은 노동자를 대변하기 위해 ‘법정노동단체’ 형태의 노동회의소를 신설하자는 의견이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부상했지만, 양대 노총이 엇갈린 입장을 내놓아 그 결과가 주목된다.
노동회의소 설립은 지난해 4월 총선 때 국민의당이 공약으로 내놨고, 최근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유력 대선 후보인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의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에 제안한 정책이다. 사업주의 이익 대변기구인 대한상공회의소와 같이 초기업 단위로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법정 민간 노동단체’를 구성하자는 게 핵심 주장이다. 오스트리아와 독일 일부 지역, 룩셈부르크에서 운영 중인 노동회의소에는 임금 노동자는 물론 특수고용노동자, 직업교육 중인 취업자와 실업자 등 모든 노동자가 의무적으로 가입한다. 주요 역할은 △노동자의 각종 권리와 분쟁을 자문하는 법률서비스 △청년들의 직업교육과 취업을 연계하는 교육서비스 △산업재해 보상과 재활·예방교육을 지원하는 산업재해 서비스 △아동수당, 육아휴직 등을 상담하는 모성보호 서비스 등이다.
이호근 전북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지난 15일 정책공간 국민성장과 이용득 의원이 공동 주최한 ‘새로운 정부의 노동정책 토론회’에서 “노동회의소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주요 법률의 제·개정 과정에 참여해 입장을 표명하고 개선방안을 제시함으로써 정부 정책운용에서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준식 한림대 교수(사회학)는 “재벌과 대기업, 중소기업은 각각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공회의소 등 자신을 대변하는 조직을 갖고 있지만, 노동자는 강력한 결사체가 없어 사회적 대화에 참여할 길이 막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노조 조직률은 10% 정도다.
노동계의 입장은 엇갈린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대부분의 비정규직이나 청년·여성노동자들이 노조에 가입하지 못한 것이 현실이고 가까운 시일에 이 상황이 개선되기도 어려워 보인다”며 “노동회의소는 기존 노조와 상호보완 협력관계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스트리아는 노동회의소 제도가 있지만, 노조 조직률이 27.8%, 단체협상 적용률이 99%에 이른다. 독일 브레멘 등 일부 지역에서는 노동회의소 대의원을 노조가 추천하기도 한다. 한국노총은 지난해 총선에 이어 이번 대선에서도 노동회의소 설치를 주요 정책요구안으로 제안했다. 노동회의소를 문재인 전 대표 쪽에 제안한 이용득 의원은 한국노총 3선 위원장 출신이다.
반면 민주노총은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고 강화해야 하는 정상궤도를 벗어난 방안”이라고 반대했다. 권두섭 민주노총법률원장은“정부 주도로 세워지는 노동회의소는 노동자를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요구에 거수기 노릇만 하는 들러리, 관변단체로 전락해 결국 노조 자체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미조직 노동자의 권리와 권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데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그 방법은 노조 가입을 가로막는 법과 제도, 현장에서의 장벽을 걷어내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산별교섭 법제화와 노동3권을 보장하는 노동법 개정을 대표적 정책으로 꼽았다. 권 법률원장은 “산별교섭을 하면 최저임금, 비정규직 고용안정 같은 산별 협약 조항들을 미조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적용할 수 있고 특수고용노동자를 노동자로 규정하면 노동3권을 보장받아 노동조건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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