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수련 전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위원장. 페이스북 갈무리.
차수련 전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위원장이 법원의 구속 여부 결정을 앞둔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감옥살이 노하우를 글로 써 화제다.
차 전 위원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은 30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마지막 올림머리 하는 날?’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차 전 위원장은 “박근혜씨, 이제 오늘이 그날이네요. 감옥 간다고 김진태를 비롯한 친박들의 걱정은 여자 수감자들 머리가 ‘산발’처럼 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인 모양이군요”라며 “저는 감옥에 5번씩이나 다녀왔으니 ‘노하우’도 조금 있지요”라고 썼다.
그는 이어 “감옥에 가도 물품에 딸려 들어오는 노란 고무줄로 머리도 단정하게 묶을 수 있다”며 “더러는 손재주가 좋은 사람들이 많아서 칫솔을 돌에 갈아서 고무줄을 엮어 머리핀도 만들어서 예쁜 사람들에게 하나씩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차 전 위원장은 “평생을 화장발로 살아온 인생이니 화장을 못 한다고 걱정이 태산이실 텐데, 또 길은 있다”며 “꼭 루즈라도 발라야만 견딜 수 있겠다 싶으면 ‘삐콤’ 약을 입술에 비벼보시라. 아주 새빨간 립스틱 바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몇몇 별난 수감자들은 검사에게 조사받으러 갈 때 면회하러 갈 때 삐콤루즈 잘 바르고 다니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삐콤’ 약이란, 영치금으로 감옥 반입이 허락된 비타민제 ‘삐콤씨’를 일컫는다.
차 전 위원장은 “노란 고무줄로 머리를 혼자 단정히 묶고, 아침에 꿀꿀이 죽처럼 ‘식구’ 통을 통해 음식을 받아먹고 나서는, 화장실에 쪼그리고 앉아서 내가 먹은 그릇들을 씻어내야 한다”며 “황당하다고요? 그래도 ‘You can do it!(당신은 할 수 있어요!)’ 변기통을 새 걸로 교체해달라고 하려나”라고 썼다. 그는 “구속이 되어 감옥에서 남은 여생을 보내시게 된다면, 진정으로 참회하는 길만이 당신의 영혼이 속죄할 수 있을 것이다. 평생을 속죄하시길”이라며 글을 마무리했다.
차수련 전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위원장이 1990년 구속 수사를 받던 당시 모습. 페이스북 갈무리.
차 전 위원장은 한양대병원 노조위원장을 맡았던 1989년 병원 파업을 이끌면서 처음 구속된 적이 있다. 한양대병원 노조는 당시 연월차 휴가를 내고 파업을 하는 준법투쟁을 했고, 노태우 정부는 공권력까지 병원에 투입했다. 또 1990년에는 민주노총의 전신인 전노협을 만드는 과정에서 역시 노태우 정부의 탄압을 받아 두번 째로 구속됐다. 당시 차 전 위원장은 임신한 상태로 과로 때문에 급성신우염을 앓고 있었지만, 경찰과 검찰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당시 법무부장관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다.
차수련 전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위원장이 2002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세 번째와 네 번째, 다섯 번째 구속은 차 전 위원장이 전국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을 지내던 2000년부터 2003년까지 3년 동안 파업 때문에 벌어진 일들과 관련되어 있다. 차 전 위원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제 경험상 경찰과 검찰, 정부는 노동자들에게는 너무나도 가혹한데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걱정하는 목소리들이 들려 글을 써 봤다”며 “법원이 현명한 판단을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차 전 위원장의 글을 본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도 트위터에 “눈 화장은 게브랄티로 하면 되고요. 칫솔을 갈아서 요일별로 색깔이 다른 비녀로 고전미를 풍길수도 있습니다”라며 “아, 꽃을 꽂으면 되겠다! 변기가 걱정이네요”라는 글을 남겼다.
이하는 차수련 전 위원장 페이스북 글 전문
차수련 전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위원장 페이스북 글 전문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