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공부문 청소노동자 등 시설관리노동자부터 직접고용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이날 청소노동자들은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등과 함께한 집담회 ‘꽃피는 봄이 오면'에서 열악한 노동환경을 증언했다. 공공운수노조 제공
국립국악원에서 청소하는 이수현(가명·63)씨는 5일 태어나서 처음으로 파업이란 걸 했다. 전업주부로 살던 그는 10년 전 자녀 학원비라도 보태려고 일을 시작했다. 그러나 국악원에서 청소용역을 맡은 업체는 연장·휴일 수당을 주지 않았다. 다른 공공기관보다 월급이 평균 20만~30만원씩 적었다. 2014년 노동조합을 만든 뒤 조합원들이 항의하자 용역업체는 2년 체불한 임금 5400만원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그후에도 노동조건은 나아지지 않았다. 정부가 용역노동자 임금을 예산 항목에서 ‘사업비’로 책정해 물가상승률만 반영하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예산이 동결돼 국악원 청소노동자들은 시중 노임단가(8330원)는커녕 최저임금(6470원)에도 못 미치는 시급 6250원을 받을 처지다. 정부는 2011년 용역노동자 임금을 시중 노임단가로 책정하라는 ‘용역근로자 보호지침’을 내놓은 바 있다.
오순옥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지회장은 “지난 3월 한 조합원은 근무시간 중에 화장실을 8분간이나 다녀왔다고 경위서를 작성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말했다. 경위서 작성을 거부하자 다른 청소노동자들도 화장실을 못 가도록 관리자가 막았다고 했다. 또 약을 먹기 위해 화장실을 가야 한다니까 남성 관리자가 여자 화장실까지 쫓아와 “진짜 먹었는지 입을 벌려보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국적으로 40만에 이르는 청소노동자는 저임금, 고용불안, 비인격적 처우의 대명사”라며 “공공부문 청소노동자 등 시설관리노동자부터 직접고용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이 끝나고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김종민·박정·박홍근·이학영·우원식·유은혜·진선미·송옥주 의원)와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함께 한 청소노동자 집담회 ‘꽃피는 봄이 오면’에선 청소노동자의 고용불안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인천공항공사 교통센터 청소노동자 6명은 용역업체가 변경되기 하루 전인 지난달 31일, 문자메시지로 사실상 해고(면접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용역업체가 바뀌면서 청소노동자의 고용승계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2001년 인천공항이 개항한 이래 처음이다. ‘용역근로자 보호지침’을 보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고용을 승계하도록 돼 있다. 재면접을 통보받은 노동자 가운데 2명은 아내가 암을 앓고 있거나, 자신이 암에서 회복해 생계가 매우 곤란한 상태라고 오순옥 지회장은 전했다. 그는 “지난해 6개월 동안 6439억원 영업이익을 낸 인천공항공사가 3~4년 동안 아무 문제 없이 일했던 노동자들을 하루아침에 거리로 내쫓고 있으면서도 용역업체 인사권은 공사에 없다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성덕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의 첫걸음은 상시·지속적 업무의 직접 고용원칙을 명확히 밝히고 청소노동자를 비롯한 시설관리노동자부터 직접고용으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1월 국회는 청소노동자 207명을 직접고용으로 전환했다. 그 결과 청소노동자 월급은 5.5%(8만5000원) 올랐고 공무원과 비슷한 복지혜택을 받게 됐다. 그럼에도 국회는 앞으로 5년 동안 최소 1억5000만원에서 최대 5억1000만원 예산이 절감될 것으로 추정했다. 용역업체 이윤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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