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노동자 쉼터 '꿀잠' 착공식이 2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도신로 51길 7-13에서 열려 조현철 이사장이 행사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24일 오전 서울 신길동 주택가 골목, 25년 된 허름한 4층짜리 다세대주택 앞에서 오랜 투쟁을 벌이고 있는 비정규 노동자들과 사회단체 활동가·건축가·예술가들이 늘어섰다. 설렌 표정으로 서로의 안전모를 고쳐 씌워준 이들은 이 건물을 ‘비정규 노동자의 집’으로 바꿀 ‘착공식’을 열었다. 이들이 자른 테이프엔 ‘비정규직·고용불안·저임금·장시간노동·불법파견·가짜사장·특수고용 대량해고’가 적혀 있었다. 비정규 노동자가 ‘잘라내야’ 할 것들이었다. ‘비정규 노동자의 집’은 장기투쟁으로 지친 비정규노동자들과 함께 활동가들이 마음 편히 쉬고 활동할 수 있는 근거지를 마련하자는 뜻을 모아 2015년 8월 처음 제안됐다. 지난해 7월 사단법인으로 설립된 꿀잠은, 쉼터 이름도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꿀잠’으로 정했다.
7월말 완공을 목표로 하는 꿀잠은 4층 중에 지하와 1층, 4층, 옥상 등 연면적 330㎡ 정도를 사용할 예정이다. ‘투쟁하는 노동자’라면 누구나 사전 신청한 뒤 이용할 수 있다. 노동자 휴식공간으로 사용될 4층은 20여명이 동시에 편히 몸을 누일 수 있도록 설계됐다. 1층은 이들이 삼시세끼를 차려먹을 수 있는 식당 겸 카페와 빨래방, 사무공간으로 꾸며진다. 지하공간엔 50명이 들어갈 수 있는 작은 공연장과 비정규 노동자들의 ‘싸움의 역사’를 담은 전시관도 들어설 예정이다. 이 곳은 노동자들의 심리치료 공간으로도 쓰인다.
공간 설계와 건축은 이윤하 생태건축연구소장(건축사사무소 ‘노둣돌’ 대표)과 정기황 문화도시연구소장이 맡았다. 이 소장은 “‘우리의 집은 우리의 손으로 스스로 짓자’는 뜻으로 시민들의 자발적 자금기부, 전문가 50명의 기술기부, 뜻을 함께하는 이들의 시간기부를 통해 건축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광화문 광장에 박근혜 전 대통령 조형물을 만들었던 나규환 조각가는 꿀잠을 상징할 작품을 기부하기로 했다.
꿀잠 건축계획의 가장 큰 문제는 돈이다. 꿀잠은 지난달 11억원에 이 건물을 사들였다. 기자들의 재능기부로 비정규 노동의 현실을 담은 잡지를 만들어 파는 등 모금을 통해 6억여원을 모았으나, 건물을 리모델링하는데 드는 3억원을 포함해 6억7천만원이 모자라는 상태다. 꿀잠 이사장을 맡고 있는 조현철 신부(서강대 교수)는 “이 공간이 비정규노동자들의 힘이 될 수 있는 곳이자 역량을 키워갈 수 있는 산실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후원문의 02)856-0611.
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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