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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비정규직노동자들 “이언주, 급식실서 한 시간이라도 일해보라”

등록 2017-07-10 11:54수정 2017-07-10 13:56

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성명 “이 의원 발언 반교육·반노동·반여성적”
이언주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가 9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이언주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가 9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성명서를 내고 급식 조리원 노동자들에게 “그냥 동네 아줌마들”이라고 막말을 한 국민의당 이언주 의원에게 사퇴를 요구하며 “학교 급식실에서 한 시간이라도 일해보라”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이하 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은 9일 ‘반노동, 반여성적 망언으로 학교비정규직노동자를 모욕한 국민의당 이언주는 즉각 사퇴하라’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고 “우리는 (이언주 의원의 말을 듣고) 눈과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동안 수구 정치인들이 노동자들의 정당한 파업을 빗대는 ‘귀족강성노조’ 등의 막말은 들어봤어도,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을 향해 이처럼 비하적인 발언을 한 정치인은 여성 정치인 이언주 의원이 처음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은 이어 “이언주 의원의 막말을 민주화된 21세기 대한민국에서 허용되기 힘든 반교육적, 반노동적, 반여성적인 폭력으로 규정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먼저 이언주 의원의 발언이 ‘반교육적’이라고 규정한 이유에 대해 “이 의원의 발언은 ‘교육에 투자하는 것은 대표적 낭비’라는 고전적 자본가들의 주장을 답습하고 있는 매우 비교육적인 발언”이라며 “전국의 약 1만1000개 초·중·고 및 유치원, 특수학교 모든 학교에는 교사뿐 아니라 학교비정규직노동자들이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급식, 교무행정, 도서관, 상담, 교육복지, 시설관리, 특수교육, 과학실험 등 학교의 모든 분야에서 학교 운영을 위해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의 노동이 상시·필수적이기 때문에 전국의 17개 시도교육청에서 이들의 명칭을 교육공무직으로 변경하고, 교육청에서 직접 인사관리를 시행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좋은 교육환경, 건강한 급식, 행정업무 등은 결국 노동자들이 만드는 것인데, ‘미친놈’들이 없으면 단 하루도 학교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은 또 이언주 의원의 발언을 ‘반노동적’이라고 규정한 이유로는 “이언주 의원이 비판한 급식 노동자들은 평균 8년 이상의 숙련된 노동자들”이라며 “이언주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 광명시에 있는 학교 급식실에서 한 시간이라도 일해보라. 높은 온도, 습도, 세척제 등으로 피부질환과 화상에 시달리고, 날카로운 조리 기구에 살이 베이는 일도 빈번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의 대다수는 단시간 고강도의 노동, 반복적 노동으로 손목, 팔, 허리 등에 근골격계 질환을 앓고 있다. 급식 노동자 1명이 평균 200명의 학생 및 교직원의 식사를 만들고 있는 고강도의 노동 환경”이라며 “‘동네 아줌마’라고 비하한 이들의 숙련된 노동이 없었다면 전국의 학부모들은 내일도 도시락을 싸야 할 판”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또 이언주 의원의 발언을 ‘반여성적’이라고 규정한 이유에 대해 “‘동네 아줌마들 조금만 교육시키면 할 수 있다. 밥하는 아줌마를 왜 정규직화 해야되는가’라는 발언에는 아줌마는 저학력, 저생산의 열등한 존재라는 여성 혐오적 인식이 깔려 있다”며 “학교 비정규직의 95%가 여성이다. 그 여성 노동자들은 지난 29일과 30일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민주노총 사회적 총파업을 성사시켰다. 자신들은 비정규직 설움을 받았지만, 아이들에게만큼은 비정규직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절실한 마음이 모여 우리 사회 최초의 비정규직이 중심이 된 총파업을 만들었고, 비정규직 철폐를 사회적 의제로 만들었다. 이들 아줌마들의 노동과 투쟁이야 말로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일이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은 마지막으로 “이언주 의원은 당장 의원직을 사퇴하고, 국민의당은 원내수석부대표의 반노동, 반여성적 망언에 대해 공식 입장을 표명하고 사과하라”라고 밝혔다.

이언주 의원은 지난달 29일 국민의당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파업은 헌법정신에 따른 노동자 권리다. 그러나 학교 급식은 아이들의 밥이고, 결식아동도 많다. 아이들의 밥 먹을 권리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노동자들도 생각해달라”며 “(파업을 하면) 학교 급식 질이 형편없어 진다. 학교 운영비에서 인건비와 재료비가 충당되는데 인건비 상승에 비해 학교 운영비 상승이 못 미쳐 생기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학교에 가봤는데 탕수육 두 조각이 반찬에 있더라”라며 “한참 커가는 아이들이 그런 반찬을 먹고 영양을 공급받을 수 있을지, 우리가 급식 도입할 때 무슨 생각인지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또 “파업 이후 임금 인상이 결정되면 그 임금 인상이 아이들의 급식 재료비를 깎는 일 없도록 재정 분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관련 기사 : 국민의당 이언주 의원, 파업 비정규직 노동자에 막말 파문)

SBS 보도를 보면, 이 의원은 원내정책회의가 끝난 뒤 복도에서 몇몇 기자들에게 학교 비정규직 파업에 관심을 가져달라며 파업하는 노동자들을 두고 ‘나쁜 사람들’이라고 표현했다. 이 의원은 SBS 기자와의 통화에서 급식 조리종사원들에 대해 “조리사라는 게 별 게 아니다. 그 아줌마들 그냥 동네 아줌마들이다. 옛날 같으면 그냥 조금만 교육시켜서 시키면 되는 거다. 밥하는 아줌마가 왜 정규직화가 되어야 하는 거냐”라며 “그냥 급식소에서 밥 하는 아줌마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파업에 대해서는 “미친 놈들이야, 완전히. 이렇게 계속 가면 우리나라는 공무원과 공공부문 노조원들이 살기 좋은 나라가 된다”고 말했다고 SBS는 보도했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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