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사회 부산경남경마공원 마필관리사로 일하다 1일 주검으로 발견된 이현준씨 아버지 이복근씨(왼쪽 둘째)와 어머니 이시남씨(맨 왼쪽)가 2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마사회 경영진 퇴진과 국회 차원의 진상규명위원회 설치를 요구하던 중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오른쪽 둘째는 지난 5월27일 자살한 박경근 마필관리사의 어머니 주춘옥씨.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마필관리사 2명이 잇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부산경남경마공원(렛츠런파크 부산경남)에 대해 고용노동부가 근로감독한 결과, 마필관리사를 고용하는 감독대상 조교사 32개 조 전원이 근로기준법을 위반해 임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교사 28개 조 법정 연장근로시간 12시간을 초과해 일을 시킨 것으로 나타났다.(관련기사:
마필관리사 잇단 자살…유족 “우리 아들이 마지막이 되도록 해달라” 오열)
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용득 의원(더불어민주당)을 통해 <한겨레>가 입수한 고용부 부산북부지청의 부산경남경마공원에 대한 근로감독결과를 보면, 조교사 32개 조 전원이 자신들이 고용하고 있는 마필관리사 등 394명에게 모두 1억1400여만원의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임금을 잘못 계산해 88명에게 각종 수당 9795만원을 미지급했고, 노동절에 휴일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거나, 1년 미만 노동자에게 연차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 특히 조교사 28개 조는 법정연장근로 시간인 12시간을 초과해 일을 시켰고, 일부 조교사들은 노동자들이 자유롭게 연차를 쓰는 대신 연차수당을 주는 방식으로 인력을 운용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노조가 주장해왔던 마필관리사의 장시간 노동 등 열악한 노동조건이 감독을 통해 확인된 셈이다.
마필관리사 임금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상금 배분에 대해서도 고용부는 “배분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노사간 갈등 소지가 있으므로 기준을 명확히 하라”고 권고 했다. 서울경마공원은 조교사와 마필관리사가 받을 상금의 비율이 명확히 정해져 있으나, 부산경남경마공원은 그 비율이 정해져 있지 않고, 조교사가 임의로 상금을 지급해 노동자들이 이를 개선하라고 요구하던 상태였다. 고용부는 이 밖에도 노동관계법 위반 사안 29건에 대해 과태료 2290만원을 부과하고, 체불임금을 지급하도록 지시했다.
마사회에 대해서는 마사회법에 따라 경마 시작 전, 경주마를 출발선까지 인계하는 발주업무를 마필관리사가 맡는 부분에 대해서도 “마사회 운영위원회가 출발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므로 관련 규정에 맞게 시행하라”고 권고했다. 또 산업재해 발생 5건을 보고하지 않는 등 산업안전보건법 19건을 위반한 데 대해 과태료 3050만원을 부과했다.
고용부는 지난 5월 마필관리사 박경근씨가 “○같은 마사회”라는 유서를 남기고 경마공원 마방(마구간)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자 6월28일부터 지난달 28일까지 부산경마공원에 대해 근로감독을 진행했다. 박씨가 숨진 뒤 두달 남짓 뒤인 지난 1일엔 같은 마필관리사 이현준씨 역시 세상을 등졌다.
이들이 소속된 공공운수노조는 성명을 내어 “근로감독을 통해 부산경남경마공원이 일상적인 불법, 노동착취 사업장으로 드러났다”면서도 고용부에 특별근로감독과 작업중지 명령을 요구했다. 노조는 “한국마사회의 무책임한 책임회피, 버티기로 인해 허비한 두 달여의 시간으로 인해 또 한 분의 마필관리사가 유명을 달리했다. 이제 향후 발생할지 모를 미연의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지금 가능한 모든 조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마사회 관계자는 “상금배분 기준을 고용부의 권고에 따라 바꿀 수 있도록 조교사들에게 권고하겠다”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