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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단독] ‘임원 기사 위장도급’ SK하이닉스에 법원 “직접고용하라”

등록 2017-08-20 11:03수정 2017-08-20 19:19

하이닉스, 임원차량 운전업무 ‘재하청’
법원 “명목은 도급이어도 실제론 파견
2년 이상 근무노동자 직접고용 해야”
소송 낸 노동자 “2년 고용불안 심각
대기업이 수행기사 직접고용했으면”
법원이 임원 수행기사들을 다단계 ‘위장도급’ 형태로 운영하던 에스케이(SK)하이닉스에 근무한 지 2년이 넘은 기사들을 직접 고용하라고 판결했다. 새 정부가 상시·지속업무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정규직 고용을 원칙을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판결이어서 눈길을 끈다.

서울동부지법 민사15부(재판장 문유석)는 형식상 도급업체에 소속돼 있으면서, 하이닉스의 지시를 받아 짧게는 2년 남짓, 길게는 10년 가까이 수행기사 업무를 수행했던 노동자 19명이 하이닉스를 상대로 “직접고용 의사를 표하고, 직접고용하지 않아 발생한 임금 차액을 배상하라”며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0일 밝혔다.

소송을 낸 기사들은 하이닉스가 렌트하고 기름값도 부담하는 차량을 운전하며 하이닉스 임원들을 수행했다. 담당하는 임원이나 비서의 지시에 따라 차량을 운행했고, 밤이나 주말엔 임원의 약속장소나 골프장까지 차를 운행하기도 했다. 기사들이 작성한 운행일지는 담당 임원들에 전달됐고, 교통사고가 발생해도 하이닉스에 우선 보고됐다.

그러나 이들은 하이닉스 소속 노동자가 아니었다. 하이닉스는 이천·청주 공단의 식당·차량 관리 업무를 에스케이하이스텍에 위탁했고, 에스케이하이스텍은 이천과 청주 각각의 차량운행업무를 별도의 용역업체에 재위탁했다. 소송을 낸 노동자들은 이 ‘재하청 업체’로 볼 수 있는 용역업체 소속이었다. 기사들 가운데는 수행하던 임원의 근무지를 따라 업체 소속이 여러 차례 바뀐 이들도 있었다. 재판부는 하이닉스의 이같은 고용형태가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을 위반한 ‘위장도급’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기사들이 근로계약을 맺은) 용역업체의 기사들에 대한 지시·감독권한은 유명무실했고, 하이닉스가 기사들과 기사들이 운행하는 차량이 차질없이 운용되도록 용역업체보다 한층 더 적극적으로 관리했다”며 “하이닉스가 기사들에게 업무수행과 관련해 상당한 지휘·감독을 했다”고 판단했다. 용역업체에 대해서도 “용역업체들은 교육훈련·작업휴게시간·근무태도 점검, 채용·휴가 등에 대한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지 못했고, 소속 노동자들의 일반적인 근무환경을 관리했을 뿐 업무능력향상을 위해 고유기술이나 설비·자본 등을 투입하지 않았다”고 봤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이들이 명목상 하이닉스와 위탁계약을 맺은 용역업체 소속 노동자라 할지라도, 실제로는 ‘파견노동자’에 해당한다고 봤다. 2년 이상 파견노동자를 고용할 경우 직접고용 의무를 부과한 파견법에 따라 재판부는 “용역업체에 입사한 지 2년이 넘은 날부터 고용 의사를 표시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직접고용하지 않아 기사들이 입은 임금의 손해 550만~5000만원을 각각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소송을 낸 ㄱ씨는 지난 18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예전엔 근무 기간이 2년이 넘었어도 다른 계열사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등 대기업들이 고용안정을 신경 써줬던 편인데, 최근 들어는 2년이 넘으면 사정을 봐주지 않고 바로 계약해지 통보하는 일이 빈번해졌다. 안 그래도 스트레스가 많은 직업인데 2년마다 고용불안까지 겹쳐 일하기가 너무 힘들다”고 털어놨다. ㄱ씨는 이어 “기사가 자주 바뀌는 것은 기사들 본인이나 임원에게도 안 좋다. 비용에 차이가 많이 나지도 않는데 대기업이 직접고용하는 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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