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충격 불안장애 노동자 대상
심리상담 등 프로그램 시행키로
심리상담 등 프로그램 시행키로
지난 5월1일 오후 2시50분께 경남 거제 삼성중공업 조선소에서 대형 크레인이 타워크레인과 충돌하면서 건조 작업 중이던 선박을 덮쳤다. 하청노동자 6명이 숨지고 20여명이 다쳤으며 500여명이 이 사고를 목격했다. 고용노동부 통영지청이 지난 6월 이곳 현장 노동자 1623명 가운데 592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161명이 당시 사고 충격으로 심리적 고통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51명(위험 13명, 심각 38명)은 위험군으로 분류됐지만 거제보건소 등에서 심리상담을 받은 노동자는 10명뿐이었다. 이김춘택 금속노조 경남지부 조선하청조직사업부장은 “산업재해로 정신적 트라우마(외상 후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노동자들이 많지만 제대로 치유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용부는 12일부터 산업재해를 겪거나 목격한 노동자를 대상으로 불안 장애 증상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트라우마 관리 프로그램’을 시행한다고 11일 밝혔다. 지방노동청이 사망 재해 발생 현장을 조사해 트라우마 관리 필요성을 확인하면 해당 사업장이 트라우마 관리 프로그램을 시행하도록 지도·권고할 계획이다. 특히 50인 미만 중소 사업장은 근로자건강센터에서 사건충격도(IES-R) 검사, 심리상담 서비스 등 트라우마 관리 프로그램을 직접 제공한다. 근로자건강센터는 전문의·간호사·작업환경전문가·상담심리사·운동처방사 등이 직업병 상담 등 다양한 직업건강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으로 전국 21곳에 운영 중이다.
트라우마 관리 프로그램은 대구·경북·부산지역 사업장에서 시범 운영한 뒤 11월1일부터 전국으로 확대한다. 붕괴, 협착, 끼임, 충돌, 신체 절단, 추락, 동료의 자살 등 노동자의 충격이 큰 사망 재해를 중심으로 우선 지원하고, 상담 인력을 확충해 그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김왕 고용부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은 “노동자가 동료의 참혹한 재해로 겪게 되는 충격과 불안 장애를 이겨내고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정부의 중요한 책무”라며 “사업장에서도 노동자가 트라우마 관리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 배려해달라”고 당부했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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