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서울 마포구 문화방송 사옥에서 열린 총파업 출정식 모습.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 김연국 본부장(앞줄 맨 왼쪽)과 조합원들이 공영방송 정상화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보수단체 ‘엄마부대’ 회원들의 연호를 받으며 고용노동부 서울서부고용노동지청에 김장겸 문화방송 사장이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한 지, 15일로 11일째가 됩니다. 전국언론노조 문화방송본부와 한국방송본부가 ‘공정방송’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인 지는 12일째입니다. 김 사장은 앞으로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고용부의 수사는 언론탄압일까요? 공영방송은 정상화될 수 있을까요?
안녕하세요. 사회에디터석에서 우리 일터의 이야기를 취재해 기사 쓰는 박태우 기자입니다. 입사 7년 만에 ‘친절한 기자들’에 데뷔하게 됐습니다. 오늘은 공영방송 언론노동자의 노동기본권과, 고용노동부 수사가 갖는 의미에 대해서 얘기해보려 합니다.
고용부는 문화방송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지난 6월 말부터 특별근로감독과 수사에 들어갔습니다. 문화방송사와 자유한국당은 고용부의 수사에 대해 ‘언론탄압’과 ‘문재인 정부의 언론장악 의도’라는 프레임을 씌웠습니다. 5차례 출석 요구에도 불응해 고용부가 김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을 신청하고 법원이 이를 발부하자 자유한국당은 국회 일정을 보이콧했다가 다시 복귀하기도 했죠. 14일 대정부질문 등을 통해서도 자유한국당은 고용부의 수사를 문제 삼았습니다.
그런데 이 수사의 본질은 그렇게 복잡하지 않습니다. ‘부당노동행위’ 여부를 가려내는 것입니다. 부당노동행위는 헌법이 보장하는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사용자가 침해해, 노조활동을 이유로 불이익한 처분을 하거나 노조활동을 방해하는 행위입니다. 위반했을 때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법에 정해져 있습니다. 노동위원회와 법원이 문화방송 사쪽의 부당노동행위로 판단한 사안은 2012년 파업 이후 이미 4건에 이릅니다. 그동안 고용부의 수사가 늦어진 것이 문제이지, 수사 자체가 ‘뜬금없는’ 것이 아니라는 거죠.
공영방송 노조의 ‘노조 할 권리’를 지키는 것은 시청자에게도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언론노조 문화방송·한국방송본부는 노사 단체협약에 ‘공정방송’에 관한 조항을 포함시켜왔습니다. ‘공정방송’ 조항은 대법원도 ‘파업의 사유가 되는 기본적인 노동조건’이라고 판결한 바 있습니다. 문화방송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 여부를 판가름해 처벌하는 것은, 곧 공영방송 노동자들이 사용자에게 방송 공정성을 요구할 권리를 보장받는 일입니다. 이는 결과적으로 시청자들에게 돌아옵니다.
이번 수사는 월급쟁이의 일을 통한 ‘자아실현’의 권리를 누가, 무슨 목적으로 침해했는지 여부를 따지는 일이기도 합니다. 2012년 파업 이후 문화방송은 파업에 참가했던 기자·피디·아나운서 등을 본연의 업무와 무관한 신사업개발센터·경인지사 등으로 발령냈습니다. 소송을 통해 대부분의 전보발령이 무효라는 판단이 나온 상황입니다.
한학수 피디 등의 전보발령 무효확인 소송 항소심 판결문에는 이런 말이 나옵니다. “직업은 단순히 돈을 버는 수단이 아니라 자아를 실현하고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참여하는 수단이다.” “원고(기자·피디)들이 전보발령에 따라 취재나 제작 업무에 종사할 수 없게 돼 언론인으로서의 자아를 실현할 수 없게 되었다면, 이는 당연히 의미있는 불이익 요소로 고려돼야 한다.” 언론노동자의 자아실현 권리를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빼앗아서는 안 된다는 말인데, 이 권리를 누가 왜 빼앗는지를 가려내는 것이 수사의 핵심 중 하나입니다.
수사가 언제 끝날지, 결과가 어찌될지 확언하기는 힘듭니다. 다만 고용부는 수사를 대부분 마무리하고 검찰과 송치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일단 김장겸 사장(피의자 신분)을 비롯한 전·현직 경영진이 고용부 조사를 받았는데, 앞서 밝힌 혐의의 가담 정도, 지시 여부 등에 따라 기소 의견으로 송치될지가 판가름될 것으로 보입니다.
며칠 전 곧 4살 생일을 맞는 제 딸이 밤늦게 들어온 저에게 “아빠, 오늘 회사에서 일 잘했어? 신문은 잘 만들었고?”라고 묻더군요. 언론노동자에게 최고의 자아실현은 공정보도입니다. 2012년 파업 이후 수많은 문화방송 노동자들이 노동기본권을 침해당했고 방송을 만들지 못했습니다. 직업인으로서의 자아실현을 이루지 못했고, 그 결과 공영방송의 공정성은 날로 추락했습니다. 언론노동자들이 일터로 돌아가 가족들에게 “오늘 방송 잘 만들었어?”라는 인사를 들을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도해봅니다.
박태우 사회에디터석 사회정책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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