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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불법파견 판결에도 꿈쩍않던 회사가…실감 안나”

등록 2017-09-19 20:03수정 2017-09-19 20:46

옛 동양시멘트 하청노동자 39명
해고 934일 만에 정규직 복직
삼표시멘트-민주노총 영동노조
불법파견 인정·손배소 철회 합의
노조 “새 정부 들어 회사 달라져”
삼표시멘트(옛 동양시멘트) 사내하청업체에서 9년 동안 일하다가 2015년 2월 해고된 하청노동자 이인용(42)씨는 19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정규직 복직을 노사가 합의했다는 소식을 듣고 “당황했다”고 말했다. 2015년 11월 중앙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결정에도, 2016년 12월 1심 법원의 ‘불법 파견’ 판결에도 900여일이 넘도록 꿈쩍하지 않던 회사가 지난 7월 교섭에 나서더니 두 달 만에 노동조합의 요구를 받아들여 직접 고용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정규직과 함께 원청 지시를 받으며 석회석 광산에서 시멘트 원료를 채굴한 뒤 공장으로 운반하는 일을 했다. 하지만 임금은 정규직의 40%밖에 받지 못하는 차별을 당했다. 이에 서울중앙지법은 2016년 12월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낸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불법 파견을 인정하며 “원청이 하청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회사는 항소하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씨는 “퇴직금을 아껴 쓰면서 대법원까지 싸울 각오를 했는데 (정규직 복직이) 실감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가 “당황했다”고 말한 이유다.

강원 삼척시 삼표시멘트와 민주노총 강원본부 강원영동지역노조는 지난 18일 불법파견을 인정하고, 해고됐던 사내하청 노동자 39명을 정규직으로 복직하는 데 잠정 합의했다고 19일 밝혔다. 잠정합의안은 노조 총회에서 81% 찬성으로 통과됐고 노사는 20일 삼표시멘트 삼척공장에서 조인식을 연다. 2015년 2월 고용노동부가 동양시멘트에 사내하청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라고 통보하자 하청업체와 도급계약을 해지하고 노동자 101명을 집단 해고한 지 934일 만이다. 해고노동자들은 복직 투쟁을 벌이다 구속됐고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를 인정했지만 회사는 끝내 직접 고용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법원도 사내하청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인정하라고 판결하자 지난 7월25일 노사는 교섭을 시작해 합의에 이르렀다.

노사 합의안을 보면 △비정규직 해고노동자 39명 정규직 복직 △복직자의 체불임금 인정 △노사의 민형사 소송 철회 등을 담고 있다. 윤지영 공감 변호사는 “삼표시멘트 노사는 복직노동자의 직급, 호봉, 근속연수 등을 모두 인정하고 삼척공장 내 생산부서로 배치한다고 합의해 불법파견의 완전한 정규직 전환을 결정했다”며 “이번 합의는 다른 회사의 불법파견 교섭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직접 고용이 어렵다는 뜻을 고수하던 회사가 상시 지속적 업무는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태도가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노조 관계자는 “(새 정부 출범을 앞둔) 지난 4월 회사가 법원 판결을 이행하겠다며 협상 의사를 처음 밝혔고 교섭이 진행 중이던 지난 8월 항소를 포기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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