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을 만든 뒤 전원 부당해고를 당한 테라타워 청소노동자들과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20일 오후 서울 송파구 문정동 테라타워 앞에서 부당해고를 규탄하고 전원 고용승계를 요구하고 있다.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20일은 청소노동자 유기준(가명·55)씨가 서울 송파구 문정동 법조타운 내 테라타워에서 일하는 마지막날이다. 사업을 하다가 망해 청소일을 시작한 지 6년째인 그는 지난 8월 해고 통보라는 날벼락을 맞았다. “월급 135만원을 받으며 하루 종일 허리 한번 제대로 펴보지 못하고 뼈 빠지게 일했는데….” 유씨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대통령은 ‘노동을 존중하는 사회’를 만들겠다는데 노예처럼 살지 않으려고 노조를 만들었다가 길거리로 내쫓겨났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서울일반노조 테라타워분회는 20일 테라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테라타워 시설관리업체였던 ‘한영에셋’이 청소노동자가 노조를 설립·가입했다는 이유로 용역계약을 해지하고 부당해고했다”며 “청소노동자 22명의 원직 복직과 노동·인권 개선을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테라타워는 지하 4층, 지상 16층의 대형 업무시설이다. 청소노동자는 1인당 3개 층을 맡아 층별 화장실, 복도, 발코니, 탕비실, 재활용 분리수거통, 엘리베이터, 비상계단 등을 청소해왔다. 청소업무가 많아 인원을 늘려달라고 요청했지만 회사는 “일이나 제대로 하라”며 무시했다. 청소노동자는 지난 5월 노조를 만들어 대응했고, 회사는 청소업무만 떼어내 외주화해버렸다. 유씨 등 청소노동자들은 사전 통보도 받지 못하고 입사 7개월 만에 청소용역업체로 옮겨야 했다.
일부 공간의 청소가 불가능해질 정도로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지자 청소노동자와 청소용역업체는 단체교섭을 이어가며 해법을 모색해갔다. 그러나 원청인 한영에셋은 지난 8월18일 청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도급계약을 위반했다며 청소용역업체와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통보했다. 청소용역업체는 근로계약을 종료하겠다고 청소노동자들에게 통지했다. 노조는 “새로운 청소용역업체가 들어오겠지만 고용승계를 보장받지 못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선기 서울일반노조 교선국장은 “문재인 대통령도,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도 노조를 설립·가입했다는 이유로 노동자를 괴롭히는 행위는 엄벌하겠다고 밝혔는데 현장에선 부당노동행위가 여전히 남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영에셋의 해명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결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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