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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유엔 사회권위원회 8년만에 ‘노조 할 권리’ 등 무더기 권고 쏟아내

등록 2017-10-10 21:59

“노조활동 보장 위해 노동법 개정을”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등도 포함
비정규직 남용 등에도 우려 표명
18개월안에 이행 여부 보고 요구
유엔 경제·사회·문화적 권리규약 위원회(사회권위원회)가 노조 할 권리 보장과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기업의 인권 침해에 대한 대응 등을 한국 정부에 무더기 권고했다. 이명박 정부 초기인 2009년에 이어 8년 만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과 정책 방향이 일치하는 부분이 많아 전폭적으로 수용할지 주목된다. 사회권위원회는 주요 권고의 이행 여부를 18개월 안에 보고하도록 요구했다.

9일(스위스 제네바 현지시각) 발표된 최종 권고문을 보면, 사회권위원회는 “모든 사람이 노조에 자유롭게 가입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노조 활동에 대한 (행정당국 및 사용자의) 자의적 개입을 예방하도록 노동법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 특히 해고자 노조가입 금지 조항과 특수고용노동자의 노조 할 권리 제한 등을 우려하며, 국제노동기구(ILO)의 87호(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 협약) 및 98호(단결권 및 단체교섭권에 관한 협약)의 비준을 권장했다.

한국 정부는 1991년 국제노동기구에 가입했지만, 회원국의 80%가 비준한 두 협약을 비준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협약 비준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고, 지난달 가이 라이더 국제노동기구 사무총장을 만났을 때 비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협약이 비준되면 해고 교사를 조합원으로 두고 있다는 이유로 ‘노조 아님’ 통보를 받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나 해직자가 포함돼 있다는 이유로 설립신고를 반려받은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의 재합법화 길이 열린다. 또 특수고용노동자 등도 단결권, 단체교섭권 등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된다. 류미경 민주노총 국제국장은 “(사회권위원회 권고는) 노조 하기가 지나치게 어려운 한국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자 노조 할 권리가 사회권을 실현하는 핵심 권리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사회권위원회는 또 비정규직 남용과 파업권 침해에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위원회는 “노동법이 하청노동자, 파견노동자, 특수고용노동자 등 모든 노동자에게 적용되고, 근로감독을 통해 비정규직 남용을 효과적으로 감시할 것”을 권고했다. 또한 형사처벌(업무방해죄)과 민사상 손해배상청구 등 파업 참가 노동자에 대한 보복 조처를 우려한다고 덧붙였다.

성별·연령·인종·장애·종교·성적지향·학력 등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은 2009년에 이어 재차 권고됐다. 사회권위원회는 “한국 헌법이 성별, 종교, 사회적 신분의 차별을 금지한 것을 감안할 때 차별금지법 도입이 늦어지는 것을 우려한다”며 법 제정을 거듭 촉구했다. 이밖에도 국외 진출한 한국 기업의 인권침해 문제를 지적하며 “공적 자금이 인권침해 기업에 들어가지 않도록 하고, 기업의 인권침해를 예방할 수 있는 법 제도를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한국은 1990년 사회권 규약을 비준한 뒤 2001년, 2006년, 2009년에 이어 올해 네번째 규약 이행 심의를 받았다. 김남희 참여연대 팀장(변호사)은 “2009년 이명박 정부 때도 무더기 권고가 쏟아졌지만 보수정권이 이어지면서 개선되지 않아 올해 대부분의 권고가 되풀이됐다”며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권고를 충실히 이행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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