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사들이 평균 5시간 30분가량 소요되는 운행을 한 번 하고 돌아오면 다음 운전을 하기 전에 충분한 휴식이 필요합니다. 밀폐된 공간에서 고도의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기관사의 업무 특성상 충분히 쉬어야 안전운전을 할 수 있거든요. 서울교통공사(1∼8호선)의 경우 평균 3시간 정도 쉬고 나서 다음 운행을 해요. 반면 9호선은 평균 1시간 30여 분 정도만 쉽니다. 새벽 3시에 일어나 밥도 못 먹고 출근할 때도 많아요. 오전 운행이 끝나면 밥만 먹고 피로가 채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또 운행을 해야합니다. 법정 무급휴게시간이 1시간이다 보니 회사는 최소한의 휴게 시간만 보장한다는 입장인데, 직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거죠.”
-서울9호선운영노동조합 조합원 ㄱ씨
서울 지하철 9호선 2단계 개통 뒤 첫 평일 출근 시간인 30일 아침 강서구 염창역에서 종합운동장 방향 전동차에 탄 승객들이 차량 안을 메우고 있다. 이날 승객이 분산되면서 예상보다 덜 붐볐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서울 지하철 9호선 노동자들이 노동조건 개선 등을 요구하며 30일부터 파업에 돌입한다.
서울9호선운영노동조합(이하 노조)은 지하철 9호선 1단계(개화역~신논현역) 운영을 담당하는 ‘서울9호선운영주식회사’ 소속 노동자들이 지난 1월 결성한 조합이다. 앞서 노조는 27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 지하철) 1∼8호선은 직원 1인당 수송인력이 16만 명인데 9호선은 26만여 명에 달할 정도로 이용객 대비 인력이 부족하다”며 “살인적인 노동 강도와 턱없이 부족한 인력이 9호선을 ‘지옥철’로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노조 관계자는 29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1∼8호선 등) 다른 기관과 9호선 근무여건을 보면 기관사들은 하루 평균 1시간 30분∼2시간 동안 더 탄다. 출근 일수도 3∼5일가량 차이가 난다”며 “근무 강도가 워낙 세 이직률도 높다”고 말했다.
현재 노조는 인력 충원을 통한 △휴식시간 보장(38분→2시간) △교대업무 변경(3조2교대→5조3교대) △1인 근무역 폐지 등을 주장하고 있다. 노조 쪽은 “이명박 시장 당시 서울시가 총사업비의 약 84%를 투자해놓고 16%만 투자한 민간 자본에 운영권을 넘겼다”며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다 보니 근무여건이 개선되기 어렵다”고 밝혔다. 현재 지하철 9호선의 운영권은 민간기업인 프랑스계 회사 ‘RDTA’가 갖고 있다. 흑자가 나도 외국 투자자들에게 배당 이익이 돌아갈 뿐 노동조건 개선 등을 위한 투자는 거의 없었다는 설명이다. ‘서울9호선운영주식회사’는 민간 자본인 프랑스계 회사 ‘RDTA’가 80%, 현대로템이 나머지 20%를 투자해 만든 회사다.
노조는 애초 다음 달 20일부터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었지만 사쪽과의 교섭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파업 일정을 앞당겼다. 노조 관계자는 “‘파업 D-100일’을 예고한 뒤 그 기간 동안 회사와 성실한 교섭을 하려 했는데 회사는 교섭에 집중하기보단 파업 대비 대체인력만 충원하고 있다. 심지어 철도 관련 학과 대학생들에게 하루에 20만∼25만원을 주고 ‘역에 잠시 서 있기만 하면 된다’고 말하며 30∼40명을 데려왔다”며 “(학생들은) 실질적인 업무를 하지 못하고 고객 응대만 가능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파업은 다음달 5일까지 6일 동안 한시적으로 이어진다.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출근 시간인 오전 7∼9시에는 100% 운행을 유지하고, 퇴근 시간인 오후 5∼7시에는 85% 운행한다. 나머지 시간대에는 50% 운행한다는 계획이다. 노조원 ㄱ씨는 “현재 노조가 요구하는 인원을 충원한다고 해도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에는 한참 못 미친다”며 “사람답게 살 수 있고, 가족과 시간 보낼 수 있고, 안전을 더 우선시할 수 있는 근무환경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전했다.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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