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화학섬유산업노동조합원들이 서울 서초구 <에스피씨>(SPC)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불법파견 제빵기사 5천여명에 대한 직접고용과 미지급 연장휴일근로수당 등 체불임금 지급을 촉구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파리바게뜨가 협력업체 제빵기사를 직접고용하라는 고용노동부의 시정지시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제빵기사 70명이 파리바게뜨 본사를 상대로 “고용 의사를 표시하라”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고용부의 시정지시를 파리바게뜨가 이행하지 않은데 따른 것이다.
파리바게뜨 협력업체 제빵기사 700여명이 가입된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파리바게뜨지회(노조)는 지난 6일 서울중앙지법에 ‘근로자 지위 확인소송’을 냈다고 8일 밝혔다. 소송의 원고는 노조 조합원 70명이다. 노조는 앞으로도 소송 참여를 바라는 제빵기사를 모아 추가 소송을 내겠다는 태도여서 원고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일부 제빵기사가 근로자 지위 확인소송을 낸 이유는, 파리바게뜨가 직접고용 시정지시를 거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노조 관계자는 소송 배경과 관련해 “그동안 제빵기사 불법파견으로 이익을 챙겨놓고도, 정부의 시정지시를 이행하지 않고 노조와 대화도 하지 않으려는 파리바게뜨의 책임을 법정에서 직접 밝히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70명의 제빵기사가 참여한 이번 소송은 기본적으로 고용부의 근로감독 결과를 바탕으로 한다. 고용부는 지난 9월 파리바게뜨 본사가 고용관계가 없는 협력업체 제빵기사한테 직접 업무상 지시를 해왔던 점을 들어 “파리바게뜨 본사가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의 사용사업주”라며 “파리바게뜨 본사에 (제빵기사) 직접고용의 의무가 있다”고 봤다. 고용부의 제빵기사 5천여명 직접고용 시정지시는 이런 배경 아래에서 나왔다.
노조는 ‘직접고용 의무 이행’만을 요구한 것이 아니라, ‘동종·유사업무 수행 노동자’와의 임금 차액도 함께 청구했다. 파리바게뜨 정규직 노동자 가운데는 협력업체 소속 제빵기사와 똑같이 가맹점에서 근무하는 ‘본사 지원기사’ 70여명이 있다. 이들은 가맹점 제빵기사들이 쉬는 날, 해당 가맹점에서 빵 굽는 일을 해왔다. 이들은 협력업체 소속 지원기사와 섞여서 일하면서도(혼재근무) 임금은 근속연수에 따라 19~34% 더 받았다. 복리후생 등 노동조건도 한결 나았다. 파견법은 파견 노동자와 동종·유사업무를 수행하는 노동자가 있는 경우, 그 노동자한테 적용되는 노동조건에 맞춰 파견 노동자를 직접고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원은 이 규정에 따라, 불법파견이 인정되면 노동자의 청구에 따라 파견 노동자로 근무하며 받은 임금과 정규직 노동자였다면 받았어야 할 임금의 차액을 배상하라고 판결해왔다.
한편, 파리바게뜨는 이달부터 ‘본사 지원기사’를 가맹점 업무에서 제외한 것으로 확인됐다.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혼재근무에 해당한다는 지적 때문에 시정조처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노조는 근로자 지위 확인소송과 별도로, 협력업체가 지급하지 않은 연장근로수당 등 체불임금에 대해서도 집단으로 민사소송을 낼 예정이다. 일부 협력업체가 연장근로수당 등을 지급하지 않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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