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인천지법이 한국지엠 부평·군산공장에 대해 불법파견으로 판정하는 판결을 내린 가운데, 법원 선고 직후 금속노조 인천지부 한국지엠부평비정규지회가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금속노조 제공
지엠(GM)이 군산공장 폐쇄를 선언한 가운데, 법원이 한국지엠 부평·군산공장의 고용형태를 불법파견으로 판단하고 사내하청업체에서 근무하던 노동자들이 한국지엠 정규직 지위에 있음을 확인하는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한국지엠이 대법원에서 두차례 불법파견 판결을 받고도 시정하지 않은 것을 두고 “근본적 근로관계 개선없이 파견노동자들로 노동력을 확보하고 노무비용을 줄여왔다”고 지적했다.
13일 인천지법 민사11부(재판장 변성환)는 한국지엠 부평·군산공장 사내하청업체 노동자 45명이 한국지엠을 상대로 지난 2015년 낸 근로자지위확인소송에서 한국지엠의 고용형태를 불법파견으로 봐 원고 승소 판결했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한국지엠은 2007년 개정되기 전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적용받는 노동자들은 곧바로 정규직 지위를 인정해야 하고, 개정 법을 적용받는 노동자들은 이들을 정규직으로 직접고용해야 한다.
공장에 대한 현장검증과 증인신문 등을 진행한 재판부는 “사내협력업체 소속 노동자들이 한국지엠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돼 한국지엠이 협력업체 노동자들에 대해 사실상 지휘·명령권을 행사하고 근로조건을 결정했으며, 사내협력업체는 독립적 설비도 부족하고 사내협력업체와 한국지엠이 담당할 업무도 구분되어 있지 않음이 인정된다”며 불법파견으로 판단했다.
한국지엠은 “불법파견 요소가 제거됐다”고 재판과정에서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한국지엠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런 사정이 인정되기 어렵고, 선행 판결(대법 판결) 이후에도 사내협력업체 노동자들의 본질적인 근로 형태는 변함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한국지엠은 선행 판결에서 누차 위와 같은 사실(불법파견)을 확인받았음에도 근본적인 근로관계의 개선 없이 파견노동자들로 노동력을 확보하고 노무비용을 줄여온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한국지엠은 대표이사가 파견법 위반으로 기소돼 2013년 대법원에서 유죄확정 판결을 받았고, 2016년엔 창원공장 사내하청노동자들이 낸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이 원고 승소로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그러나 한국지엠은 민사소송에서 승소한 이들 5명만 정규직 지위를 인정하고 나머지 노동자들에 대해선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않았는데, 재판부가 이를 비판한 것이다.
한편, 이번 소송엔 창원공장 사내하청업체 노동자들도 소송을 냈으나, 이날은 부평·군산공장에 대해서만 선고했다. 재판부는 “부평·군산 공장은 재판부의 검증 및 증인신문이 이루어졌으나 창원 공장은 재판부 변경 예정 등으로 인한 시간적 제약으로 검증 등이 이루어지지 못했다”며 “신속한 재판과 충실한 심리의 균형점을 찾아 부평·군산 공장 소속 노동자들에 대하여 일부 판결을 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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