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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일본 원정투쟁’ 아사히글라스 노동자들 “기계처럼 일했다”

등록 2018-03-07 17:04수정 2018-03-07 20:05

2015년 노조 설립 한달 만에 회사가 하청업체 계약 해지
고용부 불법 파견 판정했으나 검찰은 증거 불충분 불기소
일본 본사 항의하고 원정 투쟁…일본 시민들도 연대
7일 일본 도쿄 지요다구 중의원회관 앞에서 일본계 기업 아사히글라스 노동자들과 일본 시민들이 회사의 노동자 불법 파견과 노조 설립 직후 사실상 해고 조처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7일 일본 도쿄 지요다구 중의원회관 앞에서 일본계 기업 아사히글라스 노동자들과 일본 시민들이 회사의 노동자 불법 파견과 노조 설립 직후 사실상 해고 조처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아사히글라스에서 일하는 9년 동안 최저임금 수준만 받으면서 기계처럼 일했습니다. 참다 못해 노조를 만들었지만, 한달만에 직장을 잃었습니다.”

차가운 바람이 부는 7일 일본 도쿄 지요다구 중의원회관 앞 길거리에서 일본계 기업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 노조 노조원 남기웅(36)씨는 이렇게 외쳤다. 이날 중의원회관 앞에서는 노동자 불법파견 판정을 받은 아사히글라스를 규탄하는 한국과 일본 시민들의 집회가 열렸다. 일본 시민들도 “노동자를 (일회용품처럼) 쓰고 버리는 일을 중단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휴대전화 액정을 만드는 한국 아사히글라스는 지난 2015년 5월 구미공장의 사내하청업체 ㈜지티에스 노동자들이 노동조합(금속노조 아사히비정규직지회)을 설립하자, 한 달 뒤 지티에스에 도급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지티에스 소속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 노동자 178명은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었다. 고용부는 지난해 9월 아사히글라스가 하청업체를 불법파견 형태로 사용한 것으로 확인했다며 시정명령을 내리고,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검찰은 지난해 12월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고소한 불법파견·부당노동행위에 대해 증거가 부족해 혐의가 없다며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 노동자들 중 20여명은 직장을 잃은 지 3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노조에 남아서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 노조는 불법파견과 부당 노동행위 책임이 아사히글라스 일본 본사에 있다며 일본에 와서 원정투쟁에 나섰다. 지난 2015년 이후 두번째다. 아사히글라스 노동자들은 이날 도쿄역 근처 아사히글라스 일본 본사에 가서 항의했지만, 일본 본사에서 나온 총무부 직원은 ‘한국에서 일어난, 일본 본사와 상관 없는 일’이라며 외면했다고 아사히글라스비정규직 노조는 밝혔다.

지난 2일 도쿄 고토구 고토구문화센터에서 일본 시민들이 연 ‘아사히비정규직지회 지원·연대 집회’에서 노조원 남기웅씨는 “아사히글라스에서 일주일에 사흘은 3교대 근무를 하고 주말은 주야 2교대 근무를 했다. 점심시간은 고작 20분만 주어졌다. 명절이나 주말에 가보지도 못했다. 그렇게 해서 한달에 받은 월급이 200만원 정도였다”고 말했다.

일본 시민들이 “노조에 가입하면 어느 정도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노조원 송동주(36)씨는 “한국에서 비정규직화 때문에 많은 노동자들이 고통받고 있다. 노동자로 살아보니 힘든 노동 환경은 어디든 다르지 않았다. 결국 다른 곳으로 옮겨도 똑같은 (열악한 환경에서) 일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 노조에 가입했다”고 말했다. 남씨는 “노조에 가입하면서 이전에 (회사를 상대로) 하고 싶은 말을 해본 적이 없다. 생각해보면 학교에서 노동자에 대해서 배워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노조에 가입하면서 노동자의 권리에 대해서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의 이야기를 들은 한 일본 시민은 “노동자가 노조를 만드는 것은 인생을 거는 일 같다”고 응원했다. 2일 연대 집회에서 일본 시민들은 아사히비정규직 노조의 투쟁비를 지원하기 위해 이들의 투쟁을 담은 책의 일본어판을 집회 참가자들에게 판매하기도 했다.

도쿄/글·사진 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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