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서울 대치동 단대부고에서 열린 삼성의 직무적성검사(GSAT)를 마친 취업준비생들이 고사장을 나서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부모 자산이 많을수록 자녀도 ‘적게 일하고 많은 임금을 받아가는’ 고연봉 일자리에 취업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부모 자산이 많을수록 취업 시기도 늦어졌는데, 그만큼 여유 있게 취업 준비를 한 것으로 보인다.
9일 한국노동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자산 불평등과 세대간 이동성이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이렇게 밝혔다. 2014년 한국노동패널 자료를 바탕으로 647가구의 부모 자산과 26~34살인 자녀의 고용현황을 분석한 결과다. 보고서는 부모의 자산 수준을 무·저·중·고자산으로 나눴는데, 각각 평균 자산이 1055만원, 4703만원, 1억1154만원, 3억3321만원이었다.
부모의 자산과 자녀의 학력은 비례했다. 사교육에 들이는 돈은 고자산 가구가 무자산의 6.1배였는데, 그 결과 고자산 가구는 자녀의 63%가 대졸 이상으로 가장 많았지만, 무자산 가구는 고졸 이하가 49.7%로 가장 많았다.
부모의 자산 정도는 자녀의 노동시장 내 성과에도 영향을 미쳤다. 무자산 가구의 자녀는 주 50.5시간을 일하며 월 211만원을 받았지만, 고자산 가구 자녀는 주 46시간을 일하고 월 256만원을 받았다. 부모 자산이 많을수록 자녀는 적게 일하고 많은 임금을 받아간 것이다.
자녀들 가운데 미취업자 비중은 무자산이 30.4%, 저자산이 29%, 중자산 21.6%, 고자산 27.8%로, 무~중자산 가구에선 자산이 많아질수록 미취업률이 낮아졌다가, 고자산에서 다시 높아졌다. 근속연수는 저자산 7.2년, 중자산 6.7년, 고자산 6.6년으로 자산이 많을수록 연수가 짧아졌지만, 무자산 자녀는 6년으로 가장 짧았다. 이런 경향에 대해 보고서는 “(무자산 자녀들이) 취업을 못하거나 나쁜 일자리를 전전하는 반면 고자산 가구 자녀는 시간적 여유를 갖고 취업 선택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빨리 취업하는 청년에게 도움을 주기보다는, 여유있게 일자리 탐색 기간을 가지면서 자신에게 맞는 일자리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정책 방향을 수립해야 한다. 충분한 금액의 (구직)급여를 오랫동안 지급하되, 구직활동과 관련된 조건을 대폭 완화하거나 없애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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