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파리바게뜨 지회 인스타그램 계정 갈무리.
전투적인 투쟁 구호와 빨간 머리띠, 깃발을 띄운 집회만이 노동조합 활동의 전부가 아니다. 요즘엔 인스타그램·밴드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무장한 노동조합이 노동자들과 접점을 늘려가며 기업과 사회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보육협의회(보육교사 노조)는 10년 넘게 활동한 노동조합이 에스엔에스를 통해 활동 반경을 넓힌 대표적 사례다. 보육노조는 지난 2005년 노조로 등록했지만 조직 외연을 확장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전국 4만여 어린이집에 흩어진 30만여명의 보육교사들과 접점을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3년 전 에스엔에스에 ‘보육교사 밴드’를 열면서 활로를 찾았다. 1000여명의 밴드 참여 교사들이 현장 의견을 내고 집행부와 활발한 토의를 벌이면서 활동 참여도가 크게 높아졌다.
2016년 10월엔 처음으로 ‘전국 보육노동자 한마당’ 행사까지 열 수 있었다. 지난해 2회 한마당엔 400여명이 참석해 희망을 나눴다. 김호연 보육협의회 고충상담센터장은 “밴드를 통해 정부 보육정책의 문제점을 알리고 1만명 넘는 교사 서명을 받기도 했다”며 “노조 가입 문의도 작년 초보다 3배쯤 늘었다”고 말했다.
에스엔에스는 사업장마다 파편화된 노동자들을 한데 묶어내는데도 유용하다. 지난해 불법파견 논란을 계기로 설립된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파리바게뜨 지회엔 인스타그램을 통해 전체 조합원 800여명의 30% 가량이 가입했다. 제빵기사들이 자신이 만든 빵과 케이크 사진을 자랑하기 위해 이미지 중심 플랫폼인 인스타그램을 많이 사용한다는 점에 착안한 노조 가입 권유 덕이다. 노조는 인스타그램 게시물에 불법파견의 문제점을 알리고 노조가입 신청 링크를 공유했다.
임종린(34) 파리바게뜨 지회장은 “에스엔에스가 아니면 전국에 흩어져 있는 제빵기사들에게 노조를 만든 이유와 회사의 문제를 알릴 방법이 없었다”며 “특히 주방에서 혼자 일하는 시간이 많은 제빵기사들은 낯선 사람이 찾아와 말을 거는 것 자체를 불편해하는 경우가 많아 당사자가 직접 노조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도록 한 방식이 효과적이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노동조건을 공론화하기 어려웠던 노동자들도 에스엔에스를 통해 조직화를 시도하고 있다. 지난달 서울아산병원 고 박선욱 간호사 추모집회를 주최한 간호사연대는 지난해 ‘성심병원 간호사 장기자랑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진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결성된 모임이다. 현재 간호사와 간호대생 등 40여명이 활동 중인 모임은 간호계의 악습인 태움 문화 근절과 ‘간호사 1인당 담당 환자수 법제화’의 필요성을 알리는 집회 등을 열고 있다.
임주현(29) 간호사연대 대표는 “간호사들은 잦은 이직과 퇴사, 3교대 근무 일정으로 노조가입률이 낮고, 중·소병원의 경우엔 노조가 거의 없다”며 “같은 고충을 갖고 있지만 다른 병원에 속해 교류가 어려웠던 간호사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공감대를 형성하며 간호사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그동안 오프라인 중심의 활동방식에 젖어 있던 노동운동이 적극적인 조직화를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시도가 단순한 ‘온라인 홍보’ 수준을 넘어 실제 노동자들의 고충과 문제점을 적극적으로 해결할 때 파급효과가 더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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