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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삼성, 80년 무노조경영 폐기…“노조 인정·활동 보장” 선언

등록 2018-04-17 14:48수정 2018-04-17 15:16

삼성전자서비스 노사 직접고용 합의
가전 수리기사 등 8천여명 대상
삼성 “노조 인정·노조활동 보장” 천명
직접고용 세부내용 대해선 추가 협의
18일 오전 서울 마포구의 한 회의실에서 나두식 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대표지회장(왼쪽)과 최우수 삼성전자서비스 대표이사가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하는 내용의 합의문을 작성하고 악수하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제공
18일 오전 서울 마포구의 한 회의실에서 나두식 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대표지회장(왼쪽)과 최우수 삼성전자서비스 대표이사가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하는 내용의 합의문을 작성하고 악수하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제공
삼성전자서비스가 8천명 규모의 하청노동자를 직접고용하기로 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전자서비스지회와 합의했다. 삼성전자서비스 노사의 이번 직접고용 합의는, 지금껏 ‘무노조 전략’을 유지해온 삼성이 노동조합을 대화 상대로 인정한 결과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삼성전자서비스와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18일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직접고용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날 노사 양쪽이 공개한 나두식 삼성전자서비스지회장과 최우수 삼성전자서비스 대표이사 명의의 합의서을 보면, 회사는 협력업체 직원들을 직접고용하고 노조·이해당사자들과 빠른 시일내에 직접고용의 구체적 내용에 관한 협의를 시작하기로 했다. 회사가 노조를 인정하고, 합법적인 노조 활동을 보장한다는 내용도 이번 합의에 담겨 있다. 노사 합의에 따라 정규직으로 직접고용될 노동자의 규모는 가전제품 설치·수리기사 등 8천여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노조를 ‘와해공작 대상’으로 여겨온 삼성이 노조의 요구를 받아 ‘직접고용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한 것은 ‘노조와해 공작’에 대한 검찰의 전격적인 수사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비자금 관련 수사를 벌이던 검찰은 삼성전자 인사팀 직원의 외장하드를 압수수색해 분석하는 과정에서 삼성의 노조와해 관련 문건 6천건을 입수했고 이를 바탕으로 수사를 벌여왔다. 검찰은 삼성 쪽이 ‘마스터플랜’에 따라 지회의 조직력을 약화시키려는 계획을 세우고 이를 직접 이행해왔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수사에 속도를 내왔다.

특히 삼성은 검찰이 확보한 자신들의 문건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혐의에 대한 비난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낮추기 위해 ‘직접고용 합의’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또, 노조 활동에 개입하는 등 실질적으로 하청 노동자의 노동조건에 개입한 사실이 드러나게 되면, 불법파견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은 점도 배경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은 수사가 본격화되자 지회에 대화를 제안했고 대화 개시 나흘만에 합의에 이른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대기업이 간접고용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한 사례는 드물지 않다. 대표적으로 현대·기아자동차는 사내하청노동자들의 고용관계가 불법파견에 해당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잇따르자 이들을 ‘특별채용’ 형태로 정규직화했다. 이마트 역시 2013년 고용노동부의 불법파견 근로감독에서 불법파견으로 판정이 나자 약 1만여명을 직접고용 정규직화했다. 그러나 이들 기업의 직접고용은 법원이나 고용부의 법적 판단에 따른 직접고용이라는 점에서 삼성 노사의 이번 합의와는 맥락이 다르다. 삼성은 2013년 고용부 불법파견 근로감독과 지난해 1월 근로자지위확인소송 1심에서 “불법파견이 아니다”라는 판단을 이미 내놓은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이 태도를 바꿔 직접고용을 결정하게 된 것은 그만큼 검찰 수사와 이에 뒤따르는 여론의 ‘압력’을 이기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노사 합의로 삼성이 80년 동안 유지해왔던 ‘무노조 전략’은 사실상 폐기된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삼성은 이날 합의와 함께 “노조를 인정하고 합법적인 노조활동을 보장한다”고 선언했다. 삼성 정규직으로 전환될 노동자들 가운데는 지회 조합원 700명이 포함돼있고, 앞으로 지회는 회사쪽에 임금·단체협상을 통해 삼성을 상대로 노동3권을 행사하게 된다. 삼성 계열사를 통틀어 삼성물산(옛 에버랜드)·삼성웰스토리·삼성에스원 등에도 노동조합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조합원 규모를 따지면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가장 크다.

지회로서는 이번 합의가 2013년 7월 지회 출범 이래 벌여왔던 투쟁 가운데 가장 큰 성과로 꼽힌다. 그동안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원청인 삼성전자서비스를 상대로 협력업체를 통한 고용이 불법파견에 해당한다며 직접고용을 주장하며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내기도 했다. 또한, 글로벌 대기업인 삼성전자가 간접고용을 통해 경제적 이득을 취하고, 사용자의 책임을 다하지 않아왔다는 점을 비판해왔다.

이번 합의에 대해 나두식 삼성전자서비스지회장은 “이번 직접고용의 의미는 삼성 80년 무노조 경영에 맞서 민주노조를 사수하고, ‘삼성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자’고 외친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승리”라며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은 삼성그룹의 감시자 역할을 하고, 삼성그룹 노동자들의 노조활동을 확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서비스쪽도 보도자료를 통해 “직접고용을 통해 고용의 질을 개선하고, 서비스 질 향상을 통한 고객만족도 제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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