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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삼성 ‘영업비밀’ 주장에 가로막힌 반도체 노동자 건강권

등록 2018-04-18 20:21수정 2018-04-18 21:20

산업부, 삼성 작업환경보고서
“유해물질·공정도 국가핵심기술”
노동자 산재입증 위한 핵심자료
삼성 ‘공개불가’ 명분으로 사용될듯
반올림 회원과 삼성노동인권지킴이들이 지난해 10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항소심 첫 공판이 진행중인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재판부에게 이 전 부회장의 엄중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반올림 회원과 삼성노동인권지킴이들이 지난해 10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항소심 첫 공판이 진행중인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재판부에게 이 전 부회장의 엄중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산업통상자원부가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의 작업환경측정 결과보고서(작업환경보고서)에 ‘국가핵심기술’이 포함돼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번 결정으로 산업재해 피해자 등의 작업환경보고서 공개 요구는 더욱 어려워지게 됐다. 애초 이 보고서 공개를 결정한 고용노동부와 산업보건 전문가들은 산업부의 이번 결정이 노동자의 건강권과 알 권리를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산업부 반도체전문위원회는 삼성전자 화성·기흥·평택·온양공장의 작업환경보고서에 국가핵심기술인 ‘30나노미터 이하급 디램(DRAM), 낸드플래시, 무선공유기의 공정 및 조립기술’이 포함됐다고 지난 17일 판정했다. 작업환경보고서의 ‘단위작업 장소별 화학물질명’, ‘(화학물질) 측정순서’, ‘(공정) 레이아웃’, ‘(화학물질) 취급량’ 등을 보면 해당 기술을 유추할 수 있다는 것이 산업부 판단이다.

산업안전보건법을 보면 사업주는 작업환경보고서의 내용을 해당 공간에서 일하는 노동자한테 알리고, 노동자가 요구하면 보고서에 대한 설명회를 열어야 한다. 사업주한테 이런 의무를 지운 것은 노동자도 스스로의 건강권을 위해 작업환경의 위험 요소를 알아야 한다는 취지다.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반도체를 생산하는 에스케이(SK)하이닉스는 내부전산망을 통해 이 보고서를 공개하고 있기도 하다.

이번 삼성 반도체공장의 작업환경보고서가 ‘국가핵심기술’로 규정되면서, 당장 노동자의 정보 접근권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고용부 관계자는 “(국가핵심기술 판정이) 사업주한테는 노동자들에게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을 명분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산업부의 이번 결정은 산업재해 피해자한테 큰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현재 고용부에 작업환경보고서 정보공개를 청구한 6명 가운데 방송사 피디 1명을 제외한 5명이 산재 피해자다. 산재 입증책임이 노동자 본인에게 있는 상황에서, 백혈병 등 암을 유발하는 화학물질의 노출 가능성을 파악할 수 있는 대표적 입증자료는 공정별 화학물질 명칭과 노출량이 적힌 작업환경보고서다. 이 보고서는 6개월마다 한번씩 작성되기 때문에, 산재 피해 발생 이후 해당 공정이 사라진다 하더라도 근무 이력에 따라 노출된 화학물질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그러나 산업부가 화학물질명·공정 레이아웃 등이 모두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한다고 판정하면서, 산재 인정에 필요한 핵심 요소를 활용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런 까닭에 작업환경보고서 공개를 결정했던 고용부는 산업부의 구체적인 결정 내용에 대해 18일 검토작업에 착수했다. 산업부가 ‘국가핵심기술’이라고 본 이유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에 관한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고용부의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며 “산업부의 판정 내용을 구체적으로 검토해 정보공개 등에 관한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상준 대구가톨릭대 교수(산업보건학)는 “국가핵심기술이라고 말하는 화학물질·공정자료는 인터넷에서 쉽게 검색 가능한 삼성의 특허자료를 통해서 더욱 상세하게 알 수 있다”며 “핵심은 작업환경보고서에 포함된 유해물질 노출가능성인데 삼성은 (고용부가) 국가핵심기술을 모두 공개하려는 것인양 여론몰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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