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가장 대표적인 노동조합 중앙조직(Natinal center)으로 꼽히는 프랑스노동총동맹(CGT, 공산당계)이 들어 있는 건물 앞모습이다.
[유럽노사현장을 가다] 하/독일·프랑스
해고제한 놓고 노정간 긴장
해고제한 놓고 노정간 긴장
높은 실업률, 기업 및 공장의 해외이전, 증가하는 기업구조조정, 노동시간의 연장(주35시간제의 개정) 등…. 프랑스 노동조합도 거센 신자유주의 강풍과 새로운 외부 환경 변화에 힘겹게 맞서 있다. 게다가 이념대립에 따른 분열, 낮은 조직률 등 내부 문제로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조직률 면에서 보면 1960년대 25%에서 1970년대 20%, 이어 90년대 중반 이래 10% 이하로 지속적으로 하락추세를 겪고 있다. 지난 15일 파리 시내 고용연대부 사무실에서 만난 아나이스 브로 고용연대부 노사관계국 단체교섭 담당은 “현재 노조 조직률은 9~10%이면서도, 조직은 너무 많아 프랑스 사회 문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전국적인 노총 조직이 너무 많다보니, 이래저래 정책적 어려움이 많다는 정부쪽 입장을 말한 것으로 풀이된다. 고용연대부의 아나이스 브로는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프랑스 노동자들의 선택의 문제이지 정부가 나서 이래라 저래라 할 일은 아니”라고 말했다. 정부쪽에서 볼 때 여러 모로 불편은 하지만 노동자들의 선택이니 만큼 존중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는 나아가 “프랑스에서 노조는 단지 노동자들의 권리신장을 위한 조직만이 아니며 노동자들이 사회에 비전을 가지는 장”이라고 강조했다. 아직도 노조하면 일단 색안경을 쓰고 보는 이들이 적잖은 우리 실정에 견줘, 정부 담당 공무원의 노조에 대한 인식이 이 만큼이라는 게 매우 남다르게 다가왔다. 프랑스 전국 노조조직 9개…많은 사업장이 복수 노조 그의 말로는, 현재 프랑스에선 전국적인 형태의 노조 조직은 공식적으로 5개, 실제로는 8~9개에 이른다고 한다. 대표적인 노동조합 중앙조직(Natinal center)으로는 프랑스노동총동맹(CGT, 공산당계), 프랑스 민주노동총동맹(CFDT,사회당계), 프랑스기독교노동총동맹(CFTC, 보수중도계), 프랑스노동총동맹-노동자의 힘(CGT-FO,사회당, 반공계), 프랑스 관리직총동맹(CFE-CGC,보수중동계) 등이다. 사용자 단체는 MEDEF(프랑스기업운동)가 대표적이며, CGPME(중소기업자연맹, 노동자 500인 미만의 기업)과 우리의 상공회의소같은 UPA(수공업자 연합)등 3개이다. 프랑스 노조의 대표적인 특징과 관련해 프랑스 노동문제 전문가인 조용만 건국대 교수는 중소기업을 포함한 많은 기업, 사업장 안에서 소규모로 조합이 복수로 존재하는 점을 꼽았다. 또, 프랑스 노조의 침체 원인에 대해 조 교수는 △산업구조의 전환과 직종구성의 변화 △종업원 개별관리와 기업별 교섭의 확대에 의한 산별노조의 존재의의 저하 △화이트 칼라, 여성, 파견, 단시간 등 새로운 노동력에 대한 조직화 전략의 한계 △활동가 중심의 노조조직 등을 꼽았다. 16일 파리의 프랑스노동총동맹 사무실에서 만난 이 단체의 마리 프랑스 부트루 국제담당 자문위원은 노조조직률 하락에 대한 대안으로 “젊은 층과 여성노동자층, 정년퇴직한 이후의 노동자들이 노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애쓸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프랑스 노조의 상황은 복수노조 실시 등을 앞둔 한국 노조 조직에 대해 던지는 시사점이 적지 않다. 노사협상과 관련해 고용연대부는 개별기업 단위노조, 산별노조 그리고 전국적 차원 등 세가지 차원에서 이뤄지는데 만약 협상이 결렬되면 근로감독관이 두 이해당사자의 중재 및 조정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런 방식으로 현재 70%의 노사분쟁이 타결된다는 게 고용연대부의 설명이다. 노사협상 추세와 관련해 프랑스노동총동맹(CGT)의 마리 프랑스 부트루 국제담당 자문위원은 “근년들어서는 기업별 노사협상이 크게 느는 추세”라고 밝혔다. 산별교섭의 중요성은 여전히 무시할 수 없지만, 협상의 생산성을 내세워 개별사업장 단위의 교섭이 최근 증가추세에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기업별 협상은 임금과 노동자의 처우 등 여러면에서 노동자들 간의 차이를 발생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에 대한 노총의 대처방안에 대한 물음에 “특별한 게 없고 산별협상의 중요성을 노동자들에게 설득하는 길 뿐”이라고 말했다. 대부분 기업별 단위에서 협상이 이뤄지는 한국 노사교섭의 현실에서 산별노조의 중요성을 새삼 확인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현재 프랑스 노·정간의 주요 이슈 가운데 하나는 이른바 ‘무기(無期) 근로계약제도’이다. 이는 애초 지난 6월 드빌팽 수상이 발표한 ‘고용을 위한 긴급계획’에 포함된 것으로, ‘…긴급계획’은 영세기업의 고용창출에 초점을 두었다. 하지만 조용만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이 계획에 포함된 무기근로계약제도의 핵심은 ‘근로계약 체결 뒤에 2년에 한하여 기업은 언제라도 노동자를 해고할 수 있고, 해고의 이유도 불문하며, 다만 사전에 해고를 예고할 의무가 사용자에게 있다’는 내용이다. 물론 2년 이내에 해고된 경우에는 재취업 훈련을 받을 수 있고, 노동자가 해고되지 않고 2년이 지나면 전통적인 무기근로계약과 마찬가지로 전환되며 해고제한의 규칙이 적용된다. CGT의 마리 프랑스 부트루 위원은 “밖으로는 고용지원의 명분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이 제도는 맘대로 해고를 하기 위한 조항”이라며, 이에 CGT 차원에서 이 계획에 대해 법정에 소송을 제기했으나, 기각당했다고 밝혔다. 최근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이 현재 국회에 상정된 비정규직 법안에 대해 가장 큰 반발을 하는 대목도 따지면 프랑스의 노총의 뜻과 일치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 국내 비정규직 법안의 핵심 쟁점은 바로 ‘기간제 사용 사유 제한’ 부분인데, 민주노총 등은 이런 내용이 포함되지 않으면 가뜩이나 남용되는 비정규직 고용이 더욱 심화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인 것이다.
프랑스 노동총동맹의 출입구.
독일, 종업원평의회와 산별노조의 이원화 구조 독일에서는 노동자를 대변하는 구조가 조금 복잡했다. 지난 17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만난 독일 노총과 이번 취재에 함께 동행한 독일노사문제 전문가인 중앙대 사회과학연구소의 이승협 박사의 설명을 종합하면, 독일에서는 노동자를 대변하는 대표적 조직이 둘이다. 하나는 우리의 노사협의회가 유사하지만 같지는 않은 종업원평의회(Works council)이며, 다른 하나는 물론 노동조합이다. 독일 건설환경노조의 프랑크 슈미트 훌만 국제 및 유럽 정책 담당관도 한국 언론에게 노조의 기본 구조를 설명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종업원평의회는 직장 기본법에 기반해 기업 내부에서 노동자들의 이익을 대변한다. 주로 사쪽과 개별노동자의 고충 등에 관해 직장협정을 맺는다. 그러나 노동쟁의의 주체가 될 수는 없다. 이에 견줘 노조는 물론 단체교섭법에 의거해 자율적 단체교섭을 벌이되, 당연 파업권을 갖는다. 임금, 노동시간, 고용 및 직업훈련 등에 대한 사쪽과의 협상 주체도 하여 노조다. 하지만 이 두 조직은 조직구성 및 활동적 차원에서 상호의존적 구조를 지니고 있다. 쉽게 말해 종업원 평의회 의원의 70% 이상이 노동조합에 가입돼 있다. 구성원들은 특별히 형사처벌 받지않는 이상 임기 안에 면직될 수 없으며, 임기는 4년이라는 게 독일 건설환경노조의 프랑크 슈미트 훌만 담당관의 설명이다. 사용자는 평의회의 동의없이 노동시간 단축 및 연장을 결정할 수 없으며, 사용자와 평의회간의 의견대립이 있을 경우에는 조정위원회가 구성돼 의견조율을 한다. 1952년 만들어진 이 조직은 기실 정부가 노조의 세력분산을 목적으로 만들었으나, 오늘날 노동자의 또다른 대변구조가 됐다고 독일 건설노조쪽은 설명했다. “정부의 의도와 달리 노조와 평의회간의 협력을 통해 문제해결을 한다. 가끔 충돌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잘 돌아간다”는 게 훌만 담당관의 이어지는 설명이었다. 독일 노조도 프랑스 노조와 마찬가지로 외부 환경변화에 따라서 변화를 강요받고 있다. 세계화, 독일통일, 기업간 경쟁의 심화, 신기술도입, 경영전략의 변화, 작업장 생산체계의 변화 등이다. 이 박사는 이런 변화에 따른 독일 노조의 오늘의 상황을 탈중앙집중화, 분권화, 개별화 등으로 요약했다.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독일노총(DGB)의 헤센 지부의 마리타 아이리히 홍보실장은 이와관련해 “단체교섭은 여전히 산별로 이뤄지고 있지만, 기업별 단체협약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산별교섭체계가 크게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노조 조직률도 계속 떨어지고 있다. 이승협 박사는 노동조합의 협상력은 주로 노동조합의 조직률을 통해 표현되는데, 독일통일 직후 동독노조원들이 더해져 약 40%에 이르던 노조 조직률은 계속 줄어 2002년 기준 22.5%까지 떨어졌다”고 말했다. 독일에서 노사교섭의 기본적인 특징도 자율교섭이다. 이 박사는 “독일노사관계 모델은 노사갈등이 절차적 규정이라는 법적인 틀 안에서 다루어지는 정교한 갈등의 제도화 모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즉 ‘국가가 보장하는 기본적인 틀 안에서 단체교섭에 참여하는 당사자들이 원칙적으로 자유롭게 노사관계와 단체교섭과 관련된 사항들을 자율적 책임하에서 협상하는 규칙체계’라는 것이다. 파리(프랑스)·프랑크푸르트(독일)/ <한겨레> 사회부 이창곤 기자 g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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