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왼쪽)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 한정애 의원(가운데), 자유한국당 간사 임이자 의원(오른쪽)
국회가 정기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최저임금에 산입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명분으로 삼은 “연봉 2500만원 이하 저임금 노동자들은 불이익이 없다”는 논리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고용노동부가 29일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기대수익이 줄어드는 연 소득 2500만원 이하 저소득 노동자를 최대 21만6000명으로 추정했기 때문이다.
이성기 고용노동부 차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최저임금법 개정안 관련 주요 내용’ 브리핑을 열고 “연 소득 2500만원 이하 노동자 중 최저임금 인상 기대이익이 줄어들 수 있는 노동자는 최대 21만6000명으로 추정된다. 소득별로는 1분위 4만7000명, 2분위 8만4000명, 3분위 8만5000명”이라며 “(21만6000명은) 2500만원 이하 노동자로서 최저임금 영향을 받는 324만명의 6.7% 정도다. 학교비정규직 노동자의 경우 정기 상여금과 복리후생비가 산입범위 기준을 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앞서 국회는 28일 본회의를 열고 매달 1회 이상 지급되는 정기 상여금과 식대·교통비·숙박비 등 복리후생비를 최저임금에 새로 산입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찬성 160, 반대 24, 기권 14표로 가결했다. 이에 따라 내년 1월부터 최저임금의 25%(올해 기준 월 39만3천원)를 초과하는 정기 상여금과 최저임금의 7%(월 11만원)를 넘는 복리후생비까지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된다. 이 비율은 매년 점차 줄어들어 2024년에는 정기 상여금과 복리후생비 전체가 최저임금에 들어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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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이번 최저임금법 개정 과정에서 노동계가 “이번 개정안이 겨우 오른 저임금 노동자들의 최저임금을 다시 삭감하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반발하자 한목소리로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해왔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노동계의 거센 반발에 대해 “저로선 납득이 안 된다”며 “(연봉) 2500만원 이하를 받는 사람들에게 영향이 없는 것임에도 민주노총이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굉장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28일 국회에서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통과된 직후에도 기자들과 만나 “최저임금 문제는 저임금 근로자 소득을 보전해주는 것”이라며 “결론적으로 최저임금을 통과시킨 (범위에) 2500만원 정도의 연봉을 받는 사람은 해당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한정애 의원 트위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한정애 의원도 28일 트위터에서 “최저임금을 받는 분들은 최저임금 인상률만큼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최저임금보다 많이 받고 있는 분들은 최저임금 인상률만큼 인상되기는 어려운 것”이라며 “최저임금 노동자와 최저임금 대비 130% 정도를 받고 있는 노동자까지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에 영향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자유한국당 간사인 임이자 의원도 25일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의결한 뒤 “연봉 2500만원 미만 근로자는 상여금이나 복리후생비가 최저임금에 산입되지 않고, 그 이상의 고임금은 최저임금에 산입할 수 있도록 하는 안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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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고용노동부의 발표대로라면, 이들의 말과 달리 이번 개정안으로 최대 21만6000명의 저임금 노동자들이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것으로 나타난 셈이다. 심지어 이번 개정안은 해가 갈수록 정기 상여금과 복리후생비 산입 비율이 점점 낮아져 2024년에는 모든 정기 상여금과 복리후생비가 최저임금에 산입되기 때문에 불이익이 생기는 저임금 노동자는 점점 늘어날 수밖에 없다. 고용노동부는 이들이 받을 불이익에 대한 대책으로 “최저임금 제도를 근로장려세제(EITC)로 연계하는 방안 등 기대이익이 낮아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근로장려세제는 저소득 노동자 가구의 소득을 사실상 재정을 통해 국가가 지원하는 제도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와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70주년 국회개원 기념식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한편, 이 차관은 정기 상여금과 복리후생비 최저임금 산입 비율을 각각 25%와 7%로 책정한 근거가 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서형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안했다. 중위소득인 연봉 2500만원 근로자들이 최저임금이 인상되더라도 산입범위 개편에 따라 손해를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취지였다”며 “연봉 2500만원은 최저임금 기준(월 157만원, 연 1884만원)으로 봤을 때 연 300%의 상여금(471만원) 지급 정도까지가 해당하는데, 연 300%를 12개월로 나누면 25%가 된다. 여기에 여야 간 협상 과정에서 상여금뿐만 아니라 복리후생비도 다뤄야 한다는 문제 제기가 나왔고, 중위임금 2500만원 기준과 중식비 비과세 소득(10만원) 등을 감안해 7%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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