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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ILO 국장 “KDI 최저임금 보고서, 부정확” 정면 비판

등록 2018-06-05 10:40수정 2018-06-05 14:47

이상헌 고용정책국장 페북 글 올려 속도조절론 반박
“외국 추정치 이용, 편의적이고 정확하지도 않아”
김동연 경제부총리 침묵 지적하기도
이상헌 국제노동기구(ILO) 고용정책국장
이상헌 국제노동기구(ILO) 고용정책국장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년과 내후년에도 최저임금을 15%씩 올리면 각각 9만6천명과 14만4천명의 고용감소를 부를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상헌 국제노동기구(ILO) 고용정책국장이 이 연구결과를 두고 “부정확하고 편의적”이라는 비판을 제기했다.

최경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이 4일 발표한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보면, 올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 감소 규모는 최소 3만6천명, 최대 8만4천명으로 분석됐다. 또 내년과 내후년에도 최저임금이 15.3%씩 오를 경우엔 고용감소 규모가 각각 9만6천명과 14만4천명으로 확대될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2020년 최저임금 1만원에 도달하기 위한 인상률을 적용한 분석 결과다. 올해 17% 수준인 최저임금 120% 미만 임금근로자 비중이 내년엔 19%, 2020년에는 28%로 급증하며, 고용감소 규모도 커진다는 것이다. 이번 보고서는 이미 최저임금 큰폭 인상에 따른 영향 분석이 완료된 미국과 헝가리의 연구결과를 활용해, 한국의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감소 효과를 추정 분석한 것이다. (▶관련 기사 : “최저임금 내년 큰폭 인상 땐 득보다 실” KDI 보고서 논란)

하지만 이상헌 국장은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탄탄한 분석 없이, 토론에 불기운만 보태는 일은 피해야 한다”며 “오늘 KDI에서 내놓은 짧은 분석과 언론 보도를 보면서 든 생각”이라고 운을 뗐다. 이 국장은 이어 “최저임금을 ‘지나치게’ 올리면 좋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어느 수준이 ‘지나친’ 것인지, 그런 지점은 언제 오는지를 분석하는 것이 연구기관의 역할이고, 나의 거듭된 고민이다. 이번 KDI 분석은 그런 점에서 좋지 않은 선례를 남겼다”고 지적했다.

이 국장은 비판의 이유로 세 가지를 들었다. 그는 첫째, “이번 분석은 엄밀히 따지면 한국을 분석한 것이 아니다. 우선, 미국과 헝가리의 최저임금 고용탄력성 추정치를 가져다가 한국의 사례를 ‘짐작’했다”며 “최저임금 연구자들이 동의하는 영역이 좁긴 하지만, 그 와중에 동의하는 것은 최저임금 효과가 노동시장 사정이나 구조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고용탄력성이 나라마다 고유한 특성을 가진다는 점(country-specific)이다. 남의 나라의 추정치를 가져다 분석해볼 수는 있지만, 그걸 근거로 자기 나라의 최저임금 효과를 예상하고 공개적으로 대서특필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지적했다. 고용탄력성 개념은 ‘경제성장률 대비 고용증가율’인데, 경제가 1% 성장할 때 고용이 몇% 성장하는지 보여주는 비율이다.

이 국장은 두 번째 이유로 “(KDI 보고서의) 그 추정치마저 편의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추정치 -0.015(고용 0.15% 감소)는 그나마 옛날 것(대부분 1970~80년대)이고, KDI 논문에서도 인정했듯이 그 이후 추정치는 0에 가까워 전체적인 고용감소 효과는 없다”며 “그런데도 굳이 이 추정치를 사용하는 것은 최저임금의 부정적 효과를 전제하고 분석한다는 느낌을 준다”고 지적했다.

헝가리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복수의 출처에서 나온 “평균적” 추정치를 사용한 미국과 달리, 헝가리의 경우에는 단 한 가지 연구결과만 인용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연구의 추정치가 KDI의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의 유일한 실증적 근거가 됐다. 이 국장은 “최저임금 속도가 빨리 올랐다는 이유로 헝가리를 살폈지만, 사실상 최저임금의 상대수준이 임금중간값 대비 0.5 수준으로 현재 한국 수준과 비슷한 영국의 탄력성은 사용하지 않았다. 후자(영국)는 역시 0으로, 영국에서는 최저임금의 고용감소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세 번째로, 이 국장은 “그럼 왜 한국의 고용탄력성 추정치는 사용하지 않았을까? 한국 연구가 부족하지만 없지는 않고, 최근에는 많이 늘었다”며 “요약하자면, 부분별(예컨대, 서비스 산업) 연령별 차이(예컨대, 청년고용 감소 효과)는 있지만, 총계 차원에서 고용탄력성은 0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아울러 “유럽연합에서 헝가리를 포함해 비슷한 분석을 했는데, 고용탄력성은 0에 가까운 마이너스로 나온 데다, 통계적으로 의미를 찾기 어려웠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이 국장은 KDI 보고서에서 결론을 추가적으로 뒷받침하고자 든 프랑스 사례도 “정확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KDI 분석이 주목한 2000년대의 최저임금 인상은 프랑스가 주 35시간으로 노동시간을 줄이면서 불가피하게 시간당 임금을 조정하면서 생긴 일이라는 것이다. 그는 “너무 급작스레 최저임금을 올려서 생긴 부작용 탓이 아니다. 그리고 프랑스의 최저임금은 공식에 입각해서 반자동적으로 조정된다. 한국의 사례와는 전혀 맞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이 국장은 “이렇게 부정확하고 편의적인, 그것도 외국에서 ‘수입된’ 추정치를 기초로, KDI는 한국의 최저임금에 대해 논평했고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으로 결론내었다”며 “여기에 외국 정책 사례도 부적절하게 사용됐다. 분석보다는 용기가 더 돋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울러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침묵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를 인용하며 “이런 분석에 한 나라의 경제부처 수장이 ‘침묵’한다면, 그것은 아마도 온갖 잘난 척하면서도 정작 어설픈 우리 시대의 자화상일 것”이라고 밝혔다.

조선일보 6월5일치 신문 1면
조선일보 6월5일치 신문 1면
중앙일보 6월5일치 신문 1면
중앙일보 6월5일치 신문 1면
동아일보 6월5일치 신문 1면
동아일보 6월5일치 신문 1면
한편,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동아일보>는 5일 아침 신문에서 KDI 보고서를 무비판적으로 인용한 기사를 일제히 1면에 게재했다. <조선일보>는 “KDI ‘최저임금 1만원 땐, 일자리 32만개 감소’”, <중앙일보>는 “최저임금 1만원 되면 일자리 14만 개 감소”, <동아일보>는 “KDI ‘최저임금 인상으로 올 최대 8만명 실직’ 경고”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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