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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갑질 고발 ‘직장인 온라인 모임’ 속속…노동운동 희망 봐”

등록 2018-06-14 19:28수정 2018-06-15 12:46

【짬】 직장갑질 119 박점규 활동가

박점규 ‘직장갑질 119’ 활동가는 한겨레 고정 칼럼니스트이다. <노동여지도> 등 책도 몇 권 냈다. “2003년 금속노조 선전부장을 할 때 잘 쓴 노동 기사나 민주노총 대변인 성명을 하루 1건씩 1년 정도 필사했어요. 노동문제를 국민에게 쉽게 알리고 싶어서요. 그때 노력이 글쓰기에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아요.”
박점규 ‘직장갑질 119’ 활동가는 한겨레 고정 칼럼니스트이다. <노동여지도> 등 책도 몇 권 냈다. “2003년 금속노조 선전부장을 할 때 잘 쓴 노동 기사나 민주노총 대변인 성명을 하루 1건씩 1년 정도 필사했어요. 노동문제를 국민에게 쉽게 알리고 싶어서요. 그때 노력이 글쓰기에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직장갑질 119’란 민간 공익단체가 있다. 지난해 11월 1일 첫발을 떼자마자 간호사들의 강요된 춤 노역을 폭로했다. 반향이 컸다. 출범 한 달 만인 12월 1일 간호사들은 조합원 2천 명이 넘는 노조(한림대 의료원)를 세웠다. 그간 하루 평균 66건의 제보가 단체의 익명 단톡방이나 이메일로 접수됐단다. 합하면 1만2천건이 넘는다. 처음 두 달은 일요일에도 제보 상담을 했지만 “너무 힘들어” 올해부터는 일요일은 쉰다. 이 단체 활동가 박점규(47)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집행위원을 지난 11일 서울 서대문역 근처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1998년부터 2011년까지 민주노총과 금속노조에서 일했다. “노동 현장에 뛰어들려고 준비하다 우연치 않게 민주노총 상근자가 됐죠.” 산업별 노조를 우뚝 세우려 했던 꿈이 멀어지고 노동의 양극화가 심해지는 현실을 보면서 7년 전 금속노조를 나와 비정규직 지원 단체 활동가의 삶을 걷고 있다.

‘직장갑질 119’란 이름도 그가 지었다. 왜 ‘노동’ 대신 ‘직장’인가? “지난 촛불 때 4개월 이상 광화문 캠핑촌에 있었죠. 이때 ‘박근혜가 퇴진하면 내 삶이 달라지느냐’는 비정규 노동자들의 질문을 많이 들었어요. 이 문제로 6개월 동안 토론도 했죠. 처음엔 ‘누구나 노조가 필요해’란 이름의 사회적 기구를 만들려고 했어요. 하지만 비정규직에게는 노조가 너무 멀어요. 그들에게 ‘노조 만들라’고 할 순 없었죠. 노조는 (활동의) 결과여야 했죠. ‘조금 더 내려가자’고 했어요.” 그 결과가 ‘직장’이다. 누구나 쉽게 찾아와 법률 도움을 얻을 수 있는 공간을 생각한 것이다.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전문가 참여가 필수라고 봤다. “지금 변호사·노무사 등 전문가 100여 명이 각각 일주일에 두 시간 가량 단톡방을 지켜보며 상담을 합니다. 필요한 경우 이메일로 연락을 하고 직접 만나기도 하죠.”

가장 큰 성과? “온라인 모임이 다섯개나 생겼어요. 한림대 의료원 간호사들을 비롯해 어린이집 교사, 중소병원 간호사, 안산 반월공단 노동자, 방송작가들이 따로 온라인 방을 만들었어요.” 이런 모임이 노조로 가는 징검다리가 될 수 있다고 했다. “5개 온라인 방은 실명으로 가입합니다. 책임성이나 대화의 밀도가 높죠. 노조 결성 얘기도 많이 나와요. 실제 어린이집 방 교사 500명 중 100명은 노조에 가입했어요.”

지난 11월 출범 뒤 일 66건 제보
한 달 만에 2천명 이상 노조 탄생
실명 온라인방 5곳 ‘최대 성과’

“온라인 공간, ‘노조 가는 징검다리’
가장 큰 벽은 노동부 근로감독관
전담 노무사 확보 위해 후원을”

지금의 활동에서 노동운동의 새 가능성을 본다는 말도 했다. “외환위기 이후 비정규직이 늘면서 직장 갑질 문화가 심해졌어요. 지난 촛불이 ‘우리 직장도 바꿔야 한다’는 그런 용기를 내도록 해주었죠. 곳곳에서 부당함을 호소하는 온라인 공간이 생기고 있어요. 전북에도 ‘직장갑질 119’가 생겼고, 전국의 흩어져 있는 베이커리 직원들도 단톡방을 만들었죠.”

그는 노동자들이 모이는 온라인 공간의 의미를 이렇게 풀었다. “직장에서 당한 갑질 피해를 공감해주고,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노동법도 가르쳐주는 곳이죠. 80년대 위장 취업 뒤 해고된 노동자들이 만든 노동상담소와 같은 곳이죠.”

박점규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집행위원.
박점규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집행위원.
노동운동가들의 반응? “민주노총 쪽은 우리 단체가 노조 없는 노동자의 목소리를 대변한다고 봐요. 노조와의 거리를 좁혀준다고 생각하죠. 평소 현대차 노조 기사에 댓글을 달아 욕한 사람들도 우리 활동을 보면서 ‘대기업 노조가 잘못한 게 있지만 그래도 노조가 중요해’라고 말하거든요.”

활동의 가장 큰 벽? “노동부 근로감독관입니다. 그들이 태도를 조금만 바꾸면 제보의 절반은 해결할 수 있어요. 특히 중소기업은 근로감독관의 힘이 커요. 그런데 임금 떼여 찾아가면 보통 기업주와 화해하라고 종용해요. 비인간적으로 대하기도 하고요.” 그간 쌓인 제보를 보니, 1순위는 체불 등 임금 관련(25%)이고 2위는 업무외 지시(15), 3위는 직장내 괴롭힘(14)이란다. “노동부가 2위와 3위 갑질을 처벌한 전례가 없어요. 처벌 근거가 근로기준법에 있는데도요.”

그를 포함해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상근자 세 명 다 ‘직장 갑질과의 싸움’에 매달리고 있단다. “가능하면 전담 노무사 3분을 모셨으면 해요. 이를 위해선 매달 후원금 750만 원이 필요합니다. 지금까지 200여 분이 후원을 약속해 3분의1 정도는 모았어요. 후원자가 늘었으면 좋겠어요.”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는 집행위원 10명을 둔 네트워크 형식의 단체다. 2008년 기륭전자 비정규직 해고노동자 싸움 과정에서 생겼다. “비정규직 해고자 문제는 한 기업 안에서 해결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 속에 탄생했죠.” 2011년 당시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의 고공 농성 때 시작해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희망버스’ 투쟁이 바로 이 단체의 기획이다.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 “문재인 정부는 촛불의 힘으로 섰어요. 정부가 한국 사회의 불평등을 상당히 파격적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 이유입니다. 최근 모습을 보면 최저임금 1만원·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등의 공약이 구호에 불과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가장 낮은 곳에 처한 노동자들의 권리를 향상시킬 것인지에 의문이 있어요.” 그래서 이런 결론에 도달했단다. “정권이 노동자에게 권리를 주는 게 아니죠. 노동자 스스로 뭉쳐야 합니다. 온라인으로 직업별 직종별 노조를 만들 수 있어요. 직접 비밀 무기명 투표로 대표를 뽑고 사무실을 만들면 됩니다.” (후원 계좌 농협 010-119-119-1199 직장갑질119)

글·사진 강성만 선임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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