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쪽 ‘외부 중재안’ 받아들인뒤 약속위반 잇따라
시민·사회·노동단체의 중재로 어렵게 타결된 노사 합의안이 행정당국과 사용자의 무성의로 잇달아 파기되고 있다.
71일 동안의 파업과 노조원들의 무더기 구속 끝에 5월 노·사·정·민이 참여한 ‘공동협의회’가 마련한 울산플랜트노조 합의안이 5개월 만에 사실상 깨졌다.
당시 공동협의회는 △근로조건 개선 △조합원 채용 때 불이익 금지 △불법 다단계 하청 규제 △노조 인정 등에 합의하고 구체적 방안을 실무협의에서 다루기로 했다. 하지만 사용자 쪽이 “모든 회원사들에게 합의안 효력이 미치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를 대며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해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한 채 9월 말 실무회의가 끝났다. 공동협의회도 몇 차례 형식적인 회의만 한 뒤 10월 해산했다.
또 공동협의회는 합의 직후 노조의 파업으로 손해를 입은 원·하청업체들과 검찰 등 관계기관에 각종 민·형사상 문제에 관련된 조합원들의 선처를 건의했으나, 이후 40여명의 조합원들이 법원에서 무더기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민주노총 울산본부 이동익(38) 선전국장은 “시민·사회단체의 중재로 마련한 노사 합의안이 깨지면 노사 갈등이 재연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ㅇ사, ㅂ사 등 2개 경비용역업체에 소속된 평균 연령 67살의 학교 비정규직 경비노동자들로 꾸려진 ‘울산지역 경비노조원’ 130여명도 9월 울산시교육청과 처우개선 합의문을 작성하고도 무더기로 실직위기를 맞고 있다. 시교육청과 경비노조는 당시 전교조와 민주노총 등의 중재로 △2006년부터 하루 8시간 근무 △최저임금(70만0600원) 적용한 경비용역원가 산출 △경비업무 하도급 금지 △경비원 잡무 금지 등에 합의했다. 하지만 시교육청으로부터 경비예산을 타낸 뒤 경비업체와 계약하고 있는 학교들은 “경비원 처우 개선으로 계약금액이 1000만원이 넘어 내규에 따라 공개입찰을 할 수밖에 없다”며 ㅇ사, ㅂ사 등 2개 경비용역업체에 곧 계약해지를 통보할 방침이다.
이 때문에 경비노조와 경비용역업체가 임금인상 등에 사실상 합의하고도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ㅂ사 소속 노조원 50여명은 1일 쟁의행위를 결의했다.
경비노조원들은 “경비노조원이 없는 다른 경비용역업체가 공개입찰에서 계약을 따내면 경비노조원들은 모두 실직하게 된다”며 “처우개선을 약속받고도 오히려 실직 위기에 내몰렸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울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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