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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쌍용차 ‘아내의 눈물’ 뒤에도 치밀한 노조 와해 전략

등록 2018-08-18 11:07수정 2018-08-18 11:48

[토요판] 뉴스분석
9년 만에 확인된 쌍용차 비밀문서 ②
‘쌍용자동차 희생자추모 및 해고자복직 범국민대책위원회’가 지난 10일 경찰청(서울시 서대문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찰-사쪽 공조 정황을 담은 ‘노조 와해 비밀문건’의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쌍용자동차 희생자추모 및 해고자복직 범국민대책위원회’가 지난 10일 경찰청(서울시 서대문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찰-사쪽 공조 정황을 담은 ‘노조 와해 비밀문건’의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지난 8월4일 <한겨레>는 2009년 정리해고 때 작성·실행된 쌍용자동차의 ‘노조 와해’ 비밀문서 100여건을 파업 종료 9년 만에 처음 입수해 토요판 커버스토리로 보도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강력한 구조조정’ 압박 이후 쌍용차가 파업 참가자들의 ‘내부 붕괴’를 유도하고 경찰·검찰·노동부 등 정부 부처와 공조를 모색한 정황들이 각종 ‘계획’과 ‘방안’의 형태로 확인됐다. 이번 기사에선 쌍용차가 “자발적이었다”고 설명해온 직원·가족들의 ‘공권력 투입 촉구 활동들’이 어떤 과정을 통해 실행됐는지 전한다.

2009년 쌍용차 정리해고 당시
큰 충돌 불러 경찰 진압 명분
제공한 공장 진입 시도들과
파업 불참한 직원 가족들의
공권력 즉각 투입 요구 활동들

줄곧 “자발적 활동” 밝혀온 사쪽
문건서 확인되는 개입·주도 정황
공장진입팀 편성 등 사전 계획
TFT 만들어 가족 모임 조직·지원
“우익 활용” “과감한 단협 개정”도

“희망퇴직 1660명(관리직 273명·기능직 1331명·촉탁 56명), 무급휴직 220명 및 분사 56명(추가 무급휴직 161명·분사 205명·영업 전직 100명). 구속자 64명(외부인 11명), 형사소송 11차(204명), 민사소송 5회(110억. 집행부 10억·조합원 100억).”

2009년 8월10일 쌍용자동차는 ‘인력 구조조정 결과 보고서’를 만들어 “현황”을 집계했다. 경찰 특공대의 조립공장 옥상 폭력진압(6월27일 쌍용차 30번째 사망자가 된 고 김주중씨도 이날 체포·<한겨레> 6월30일 12면)으로 거점을 잃은 노조가 이튿날 공장 점거파업을 끝낸(8월6일) 지 나흘만이었다. 경찰·검찰·노동부 등과의 공조 정황을 담은 ‘노조 와해’ 비밀문서들(<한겨레> 8월4일 커버스토리)을 주도적으로 생산한 노사협력팀이 작성했다.

__________
“자발적 동참”의 뒷모습

문서 파일은 7월20일 처음 생성(8월12일 최종 수정)됐다. 경찰이 “노조의 불법 폭력행위를 해소하기 위해 공장 내에 병력을 전진 배치”(경기경찰청 <쌍용자동차사태 백서> 77쪽)한 날이었다. 사쪽도 “농성자를 압박하기 위해 단수 및 가스차단 조치”(백서 같은 쪽)를 단행했다.

이 문건은 구조조정 과정 전반을 “종합평가” 했다. “긍정적인 면”의 하나로 “전 임직원의 한마음 한뜻으로 회사 살리기에 동참”을 꼽았다.

“전 임직원의 주인의식 및 애사심을 발휘하는 등 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자발적인 동참에 내부 노동활동의 새로운 변화가 예상됨.”

회사가 자평한 “자발적인 동참”은 사전에 준비된 계획에 따라 진행됐다. 파업 종료 9년 만에 <한겨레>가 입수·보도한 쌍용차의 내부 문건들을 모아 보면 ‘자발성’의 뜻과는 정반대의 모습들이 펼쳐진다.

2009년 8월3일 쌍용차 경비용역(등에 ‘시큐리티’가 적힌 검은 복장)과 경찰, 회사 쪽 직원들이 뒤섞여 파업 노동자들과 대치하고 있다. 평택/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2009년 8월3일 쌍용차 경비용역(등에 ‘시큐리티’가 적힌 검은 복장)과 경찰, 회사 쪽 직원들이 뒤섞여 파업 노동자들과 대치하고 있다. 평택/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6월11일 생산된 문건 ‘회사 정상화를 위한 공장 진입계획’은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전 직원(관리직+기능직)”을 대상으로 했다. 3개 팀으로 편성해 3개 장소로 진입하되 전무 1명과 상무 2명이 각 팀을 이끌었다. 팀원들 외에 “선봉조”(50명씩)와 “채증팀”(4명씩), “팀장 보호조”(5명씩), “무전병”(1명씩)을 팀마다 별도로 뒀다. “밧줄, 절단기, 합판, 갈고리를 사용하여 진입”한 뒤 “정문 근무자 대치 및 제압”과 “정문 주변 천막 철거” 등의 임무가 주어졌다. 경찰력 투입은 충돌 우려가 전제돼야 가능했다. 경찰에 “조기 공권력 투입 명분(을) 제공”하는 일이 “직원 전체”에게 공장 진입 과업을 부여한 “목적” 중 하나였다. 쌍용차 사쪽은 6월16일과 27일 계획대로 공장 진입을 시도하며 파업 조합원들과 큰 충돌을 빚었다. 경찰은 이 충돌을 빌미로 6월말부터 진압 단계로 전환했다.

“국민의 안위를 무시하는 공권력과 정부가 이토록 원망스러울 수 없다.”

2009년 7월7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는 ‘쌍용차 정상화를 위한 불법점거 규탄 및 공권력 투입 촉구대회’가 열렸다. 파업 불참 임직원과 가족, 하청업체·대리점 관계자 등이 참여한 대규모 집회였다.

“‘쌍용차를 사랑하는 아내들의 모임’의 대표로 나선 한 주부”의 발언이 참가자들의 “어깨를 들썩거리게 만들었다”고 언론 보도(7월8일 <서울경제> ‘쌍용차 주부의 눈물어린 호소’)는 전했다. 참가자들 모두는 “공권력 투입 촉구”란 문구가 쓰인 파란 종이 모자를 썼다.

경찰이 회사와 공장 도면을 공동 연구하며 진압 작전을 구체화하고 온라인 ‘댓글공작’(사이버대응팀 구성해 노조의 폭력성 부각)으로 진압 명분을 쌓는 사이 쌍용차는 ‘공권력 투입’을 요구하는 오프라인 행동을 전개했다. 경찰의 진압 준비와 회사의 진압 요구 집회는 동시에 진행되고 있었다.

__________
공권력 투입 촉구 집회가 열리기까지

집회 5일 전 회사는 ‘쌍용자동차 회생 가족 비상대책 협의회 구성(안)’이란 문건을 생산했다. 이날(7월2일) 열린 협의회 구성 결과와 결성 배경, 협의회 임원들 추천 명부(해당 임원들과 가족인 직원 명단과 연락처), 업무분장과 향후 활동계획, 회사 지원 조직과 담당 직원들의 이름이 담겼다. 문건은 “계속되는 옥쇄파업”으로 공장이 “외부세력 투쟁 거점”이 되고 있다며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자발적 참여”를 독려했다. “(파업 조합원들이) 지게차로 동료를 덮치는 동영상”과 “무자비한 쇠파이프 동영상”도 첨부됐다. 쌍용차는 “협의회장”과 “총무” 아래로 5개 또는 9개의 “그룹”(남편 등의 소속 부서별 편성)을 둔 2개 안을 제시했다. 그룹마다 회사 차장·과장급의 “코디”(개인 연락처 기재)를 배치했다. 모임을 뒷받침하는 “회사 지원 TFT”도 조직했다. “홍보” “총무” “노무” 등 분야별 담당을 정한 뒤 회사 총괄부장이 팀 전체를 지휘했다.

2009년 8월5일 쌍용차 조립공장 옥상에서 경찰 특공대의 방패와 곤봉에 찍히며 체포된 지 9년 만(6월27일)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김주중씨의 분향소가 지난 7월3일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 차려지고 있다. 박종식 기자
2009년 8월5일 쌍용차 조립공장 옥상에서 경찰 특공대의 방패와 곤봉에 찍히며 체포된 지 9년 만(6월27일)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김주중씨의 분향소가 지난 7월3일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 차려지고 있다. 박종식 기자
회사는 같은 날 ‘쌍용자동차 회생 가족 비상대책협의회 구성 결과 보고’를 별도 작성했다. 협의회의 공식 명칭을 ‘쌍용차를 사랑하는 아내들의 모임’(쌍아모)으로 확정·보고했다. 향후 날짜별 활동 계획과 준비물도 써넣었다. “경호 요청”이 빨간 글씨로 적힌 날도 있었다. “계획”에 명시된 내용들은 7월4일부터 차례로 시행됐다.

7월3일 오전 사쪽은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임직원들에게 ‘쌍용차를 사랑하는 아내들의 모임 버스 배차 안내’ 메일을 발송했다. 평택시내 3개 장소에서 2대씩의 버스가 7월4일 오전 9시20분에 출발한다는 사실을 알렸다.

그날 버스가 도착한 장소는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동삭동) 근처의 한 교회였다. “임직원 가족 전원”을 대상으로 “(공장) 조기 정상화를 위하여 현 상황을 정확히 전달하고 공유”하는 설명회가 오전 10시부터 시작됐다. 이유일·박영태 공동관리인이 “주관”했다. 참석 인원 1300여명 중 898명이 “쌍용차 정상화를 위한 엄정한 법집행 촉구 탄원서”에 서명(*7월10일 같은 명칭의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지식경제부·대검찰청·경찰청에 전달)하고 205명이 ‘쌍아모’ 가입을 신청했다. 이날 일들을 정리한 ‘쌍용자동차 가족대상 현재 위기 상황과 조기 정상화를 위한 설명회 결과 보고’가 이틀 뒤인 7월6일 작성됐다. 문건은 “설명회 효과”로 가족들이 “불합리한 노조 관행”과 “인적 구조조정의 필요성” “폭력적 노동조합 행위” 등을 “인식”해 결국 “우리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썼다. “탄원서 서명 시 직원이 아닌 가족 모임 회원이 받았으면 효과적”이었고 “향후 아내들의 모임 가입자를 대상으로 스스로 모임이 유지되어 발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문장들이 “미비점”으로 기록됐다.

문건이 작성된 날 쌍아모 회원 11명이 회의를 가졌다. 다음날 열릴 여의도 집회에서 “쌍아모 대표도 호소문을 발표할 수 있는 시간 할애”를 “회사”에 “건의”(7월7일 ‘쌍용차를 사랑하는 아내들의 모임 회의 결과 보고’)했다. 아내들이 ‘내일 집회’를 논의하고 있을 때 회사는 제목에 ‘필독’을 붙인 메일(‘7/7 불법 점거 규탄대회 관련 안내’)을 직원들에게 보냈다. 여의도공원 집회장소 내 부서별, 하청업체별, 임원별 자리 배치도가 첨부됐다. 7월7일 쌍아모 발언자는 예정대로 여의도에서 ‘공권력 투입’을 호소했다. 파업 종료 일주일 뒤(8월13일) 쌍아모 회장은 전체 직원 조회에서 회사가 주는 공로상을 받았다. 쌍용차 쪽은 최근 <한겨레>에 이렇게 밝혔다.

“모두 회사를 살리기 위한 자발적 행동들이었다. (문서는 직원들의 공장 진입과 가족 모임 운영 등을 회사가 주도했다고 말하는데?) 그 역시 회사 직원들의 자발적 행동이었다. (태스크포스팀까지 짜서 지원하고 독려했는데도?) 회사가 가동이 안 되는 긴박한 상황에서 회사를 걱정하는 직원들의 자발적 활동이었다. 그 상황에서 직원들이 가만히 있어야 했겠나.”(쌍용차 홍보담당 임원 정무영 상무)

__________
외부 단체와의 “단절 명문화”

“민주노총, 금속노조, 외부 단체들이 개입된 이번 사태를 더욱 더 힘들게 한 조합원들의 불만으로 향후 불합리한 노사관행이 척결되고 안정적인 노사관계 유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됨.”

사쪽의 ‘인력 구조조정 결과 보고서’는 “불합리한 노사관행 척결”도 정리해고의 “긍정적인 면”으로 평가했다.

‘외부세력’은 회사와 경찰이 되풀이해 지목한 ‘사태 악화’의 주요인 중 하나였다. 2009년 7월11일 경찰은 “불법파업 중인 노조에 대한 대응수위를 높이기 위한 조처”(백서 276쪽)로 공장 4개 출입문을 장악했다. 몇 시간 뒤 회사는 경찰·용역경비와 역할을 분담해 출입문을 지킬 ‘방어조’ 명단을 직원들에게 메일로 보냈다. 다른 메일에선 “우익단체를 활용한 대국민 홍보, 당사 입장 호소, 대정부 압력(자유민주주의)” 전략을 적었다. “민조총(‘민노총’의 오타로 보임), 금속노조의 대응세력으로 활용”한다는 방안이었다. 뉴라이트, 재향군인회, 자유민주연합, 월남전 참전 전우회, 경총, 전경련, 특수임무수행자회 등 20여개 단체 이름이 나열됐다. 파업을 “좌파 외부단체”의 “현 정권에 대한 투쟁”으로 규정(6월11일 ‘구조조정대상자(976명) 대응방안’)했던 쌍용차 스스로가 “우익단체”를 이용해 이념대결로 몰아갔다.

“우익단체”는 나흘 전 여의도에서도 등장했다. 7월7일 집회에서 뉴라이트 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 사무총장이 연단에 올랐다. 그는 “좌파노동세력이 쌍용차 문제를 노동계 투쟁의 전초기지로 삼아 정부 흔들기에 나섰다”며 사쪽의 인식과 일치하는 발언을 했다.

경찰도 ‘노조 붕괴’를 목표로 파업 진압에 임했다. “쌍용차 사태의 핵심”을 “그 기저에 강성노조가 버티고 있다는 점”으로 요약(백서 70쪽)했다. 경찰이 힘쓴 “농성 이탈자 유도와 농성 와해를 위한 (언론) 홍보활동”은 사쪽이 ‘구조조정대상자(976명) 대응방안’에서 밝힌 전략과도 닮았다.

“옥쇄파업 거점에서 축출함으로써 옥쇄파업 참여 인원의 내부 붕괴를 통한 현 사태의 해결.”

‘인력 구조조정 결과 보고서’는 “향후과제”도 제시했다.

“불합리한 단협 개정 및 올바른 노사문화와 기본과 원칙 정립 필요.”

파업 종료 12일 뒤(8월18일)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이 주관한 쌍용차와 협력업체 간담회에서 박영태 쌍용차 공동관리인과 장관 사이에 ‘위험한 대화’가 오갔다.

“(박영태) 민노총 탈퇴(*21일 뒤 현실화) 뿐 아니라 노사규약도 실질적 내용을 바꿔보겠다. 마무리를 해보겠다. (이윤호) 단체협약 내용도 불합리한 게 많은 것 같다. (박영태) 법이 좀 앞서 있는 측면이 있다. 잘못돼 있는 협약에 대해서는 발췌를 해놨고 법률 검토도 해왔다. 특히 노조가 경영권에 간섭할 수 있는 조항과 관련해서는 과감히 빼는 것을 해볼 생각이다.”(<시비에스(CBS)> 8월19일 기사 ‘이윤호 지식경제부, 쌍용차 협력업체 중진공 자금 지원 검토’)

두 달여 전 쌍용차는 ‘노사관계 현실 및 문제점’(6월22일)이란 제목의 문서를 작성했다. “노동조합의 주기적인 파업 및 병폐”에 따른 손실금액을 산정하고 “(생산계획, 라인운영, 전환배치 등이 노사합의 사항이어서) 노조가 사실상 생산현장의 통제권 행사”하고 있다고 썼다. 장관 간담회 9개월 뒤(2010년 5월19일) 쌍용차는 보도자료를 발표한다. “불합리한 노사관행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며 임·단협 합의 소식을 전했다.

“지난해 쌍용차 노동조합은 국내 완성차 업계 최초로 민주노총을 탈퇴하고 신규 집행부 출범 이후 규약 개정을 통해 외부 단체와의 단절을 명문화했으며….”

그렇게 ‘인력 구조조정 결과 보고서’가 제시한 “향후과제”도 완성됐다.

‘노조 와해 비밀문서’ 보도 뒤 ‘쌍용자동차 희생자추모 및 해고자복직 범국민대책위원회’는 지난 10일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사쪽 공조의 진실 확인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문건을 접수한 경찰청 인권침해사건진상조사위원회는 회사에 사실 확인을 요청했다. 쌍용차 정리해고와 진압 과정을 조사해온 위원회는 이르면 다음 주 결과를 발표한다. 18일엔 ‘국가폭력 진상규명’ 등을 요구하는 범국민대회가 고 김주중씨의 분향소(중구 대한문 앞) 맞은편 시청광장에서 열린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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