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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버티고 버틴 삼성…11년 지체된 정의

등록 2018-11-01 19:58수정 2018-11-01 21:08

삼성-반올림 극적 합의까지

황유미씨 반도체 백혈병 숨진 뒤
초거대기업 맞서 눈물겨운 싸움
삼성 7월에야 “조건없는 조정 수용”
‘삼성전자 백혈병 사태’는 지난 2007년 3월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반도체 3라인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린 황유미(사망 당시 22살)씨의 사망으로 불거졌다.

황씨는 2003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그해 10월부터 기흥공장에서 반도체 세정작업을 하다 2005년 6월 급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황씨가 숨지고난 뒤 황씨 아버지 황상기씨는 숨진 딸의 사망 원인을 밝히겠다는 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이 사실을 알렸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 등 암에 걸린 노동자들의 존재가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듬해인 2008년 3월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가 출범했다. 하지만 삼성전자 쪽은 피해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노동자들의 작업환경과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는 논리였다. 수많은 피해자들의 호소 속에 서울대 보건대학원 백도명 교수팀과 한국산업안전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반도체 생산라인에 대한 역학조사가 이뤄지기도 했으나, 명확한 실체는 ‘기업 영업비밀’을 이유로 공개되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반올림 쪽과 뒤늦게 대화에 나섰으나 뚜렷한 진전을 보이진 못했다. 삼성전자의 모르쇠가 길어지면서 피해 가족들이 분열하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2012년 11월부터 2년여간 이어진 협상이 장기화하자 2014년 8월 반올림 소속 피해자 8명 가운데 6명이 삼성전자 쪽에 신속한 보상을 요구하며 ‘가족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산업재해를 인정하지 않던 삼성전자는 그해 11월 서울고법이 황씨 등 2명에 대한 산재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린 뒤에야 반올림, 가족대책위와 함께 조정위원회 설치와 조정안 위임을 합의했다.

김지형 전 대법관이 위원장을 맡은 조정위는 이듬해인 2015년 7월 ‘조정 권고안’을 마련했지만, 조정 과정에서 합의가 무산됐다. 삼성전자는 2015년 9월 자체 보상안을 발표하고 신청자들을 상대로 보상을 시작했다. 2016년 양쪽은 다시 재발방지 대책 부분에 한해 합의했지만, 핵심 쟁점인 사과와 보상 논의는 공전했다.

그러다 올해 초 김지형 조정위원장은 삼성전자와 반올림 양쪽으로부터 합의를 재개하고 싶다는 의견을 전달받았다. 조정위는 기존의 조정방식으론 합의를 끌어내기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양쪽이 조정위가 제시하는 중재안을 조건 없이 수용하는 것을 사전에 합의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삼성전자와 반올림은 지난 7월 조정안 마련에 전격 합의해 사태해결에 물꼬를 열었다. 이날 합의로 생존한 피해자들은 앞으로 보상받을 길이 열렸으나, 이 또한 ‘10년 넘게 지체된 정의’라는 안타까운 목소리가 노동계에 나오는 배경이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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