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력적 근로시간제의 최장 단위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는 방안이 추진 중인 가운데, 정부 실태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경영계가 탄력근로제 확대 필요성을 강조해왔지만, 도입 비율은 3.2%에 불과했을 뿐 아니라 기업의 76%가 “현행 제도로도 주 최대 52시간제에 대응 가능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20일 연 ‘노동시간 제도 개선위원회’의 첫 전체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실태조사 결과를 다뤘다. 탄력근로제는 일이 몰리는 특정 기간의 노동시간을 늘리고 일거리가 없는 때는 줄여 평균 노동시간을 법정한도 내로 맞추는 제도다.
김승택 한국노동연구원 박사가 올해 10~11월 국내 5인 이상 사업체 2436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탄력적 근로시간제 활용실태 조사 결과’ 보고서를 보면, 탄력근로제를 도입한 비율은 3.22%(138곳)에 불과했다. 노동자 수 기준으론 4.3%(5만6417명 중 2432명)였다. 미도입 기업들의 60.9%는 미도입 이유로 “연장근로가 필요 없는 사업 특성”을 꼽았다.
이와 함께 제도를 활용 중인 사업체의 75.7%는 “현행 제도로도 근로시간 단축에 대응 가능하다”고 답했다. 실제 탄력근로제를 포함한 유연근로제 활용 사업체(15.2%)를 보면 보상휴가제 활용률이 가장 높았고(6.9%), 선택근로제(4.3%), 탄력근로제(3.2%), 재량근로제(2.9%) 순이었다. 경영계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요구해왔지만, 정작 기업들은 다양한 유연근로제를 활용해 주 최대 52시간제에 대응하고 있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가 시급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지금 제도로 대응이 어렵다”는 기업은 24.3%에 그쳤다.
기업들은 또 제도 활용 결과 연장근로시간의 변화가 없거나 유사한 수준이었으며(81.5%), 임금 감소도 없었다(94.2%)고 답했다. 임금은 기본급을 인상(52.1%)하거나 수당을 인상 또는 신설해 보전(47.9%)하고 있었다.
활용 중인 단위기간은 3개월이 34.9%였고, 2주 이하 28.9%, 2주~1개월 21.5%, 1~3개월 14.7% 차례였다. 활용 이유로는 ‘물량변동 대응’ 46.7%, ‘여가생활 등 노동자 요청’ 37.8%, ‘주 52시간제 대응’ 25.9%, ‘인건비 절감’ 25% 순(1, 2순위 합산)이었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필요를 느끼는 기업이 상대적으로 적게 조사된 것에 대해 김승택 박사는 “탄력근로제는 노동시간을 줄여야 하는 구간도 있기 때문에 항상 장시간 노동을 하는 기업에선 쓸 수 있는 제도가 아니다”라며 “여러 유연근로제가 있음에도 탄력근로제만으로 52시간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는 방식의 접근은 상당한 오해”라고 말했다.
한편,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 문제를 논의할 노동시간제도개선위는 노동자위원 2명, 사용자위원 2명, 공익위원 4명(위원장 포함), 정부위원 1명 등 9명으로 구성됐다. 위원장은 이철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맡았다. 공석인 노동자위원 한 자리는 민주노총 참여를 기다려본 뒤 추후 위촉하고 그렇지 않으면 한국노총 위원으로 추가 위촉하기로 했다.
박기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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