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선재 서울교통공사노조 PSD지회장
“구의역 사건은 무리한 외주화 문제”
서울교통공사 “지난해 9월 수정해 배포…
기술적 문제로 일부 수정 안 된 영상 송출”
지하철 7호선 차량에서 “어쩌면 당신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사고”라는 말과 함께 등장하는 말과 구의역 사건이 나오고 있다. 이준희 기자
서울교통공사가 지하철 안전 수칙을 다룬 광고를 내보내면서 서울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사망한 ‘구의역 김군’ 사건을 ‘개인 부주의로 인한 사고’로 표현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18일 오전 서울 지하철 7호선 열차 스크린으로 방송된 광고를 보면, 영상은 지하철 안전 수칙을 얘기하면서 △지하철 역사에서 휴대전화를 보며 다니는 행위(일명 ‘스몸비’) △지하철 계단에서 뛰어다니는 행위 △전동차 내 무리한 탑승을 하는 행위 등을 예시로 보여주면서 충돌 사고와 낙하 사고, 출입문 끼임 사고가 발생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그런데 이 경고에 이어 “어쩌면 당신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사고”라는 문구와 함께 구의역 김군 사건에 대한 보도 제목을 배경으로 제시하고 있다. 배경으로 제시된 제목은 각각 ‘구의역 사고, 유지보수 방식 특별대책 강구’ ‘서울 지하철 구의역서 30대남 스크린도어 끼어 숨져’ ‘스크린도어 고치던 용역직원 또 열차에 끼여 숨져’ 등이다. 구의역 김군은 사고 당시 19살이었는데, 심지어 오보가 실린 기사 제목도 그대로 광고에 담겨 있다. 광고는 이어 “안전, 우리 모두가 함께 지켜야 할 약속입니다”라는 말과 함께 마무리된다.
임선재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 피에스디(PSD) 지회장은 구의역 사건이 개인 실수나 부주의로 인한 사고로 보일 수 있는 부적절한 광고라고 비판했다. 임 지회장은 “구의역 사건은 개인 부주의나 실수로 일어난 것이 아니라 공사의 무리한 외주화로 인해 발생한 구조적인 문제였고, 사회적 참사였다. 전적으로 공사에 책임이 있다고 이미 결론이 난 문제”라며 “승객 부주의나 무리한 탑승으로 인한 사고에 작업자가 사망한 사고를 사례로 삽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 피에스디지회는 서울교통공사에 광고 수정과 송출 중단 등을 요구할 계획이다.
지하철 비정규직 사망재해 해결과 안전사회를 위한 시민대책위 회원들이 26일 오전 서울 광진구 구의역 승강장에서 스크린도어 사고로 숨진 김모 군을 추모하는 위령표 제막식을 하고 있다. 위령표는 9-4 승강장 스크린도어에 부착하는 형태로 만들어졌다. 이곳이 5월 스크린도어 사고가 발생했던 곳임을 알리고 “너의 잘못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글귀를 적어 김군을 추모한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구의역 김군 사망 사건은 2016년 5월26일 서울메트로 하청업체 은성피에스디(PSD) 소속 비정규직 수리공 19살 김군이 스크린도어를 수리하기 위해 서울 구의역에 홀로 출동했다가 열차와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여 사망한 사건이다. 서울시 구의역 사고 진상규명위원회가 작성한 사고 조사 보고서를 보면, 구의역 사건은 단순 사고가 아니라 원청인 서울메트로가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4~6명의 하청업체 직원에게 48개 역을 담당하게 해 현실적으로 2인1조 작업이 불가능한 상태로 내몬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구의역 사건에 대한 서울교통공사의 안일한 인식은 과거에도 있었다. 2013년과 2015년, 2016년에도 구의역 사건과 비슷한 사고가 반복됐지만 서울교통공사는 “하청업체가 2인1조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며 책임을 피해왔다. 구의역 사건 때도 처음에는 “2인1조 원칙을 지키지 않아 발생한 일”이라는 입장을 내놨다가 여론의 비판을 받자 입장을 선회한 바 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영상은 서울시에서 2017년 11월 제작해 보내온 것”이라며 “지적한 문제를 확인해 지난해 9월 수정 영상을 배포했으나 기술적인 문제로 일부에서 수정이 안 된 영상이 송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어떤 차량들에서 문제의 영상이 송출되고 있는지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며 “확인되는 대로 이를 수정할 계획”이라고 알려왔다. 서울시청 관계자는 “2017년 제작된 영상이 맞다”면서도 “부서 개편 등으로 인해 관련 문서가 남아있지 않아, 어떻게 그런 문구가 들어갔는지는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