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청년·비정규직 대표 3인 좌담
불참 결정 왜?
“미조직 노동자 보호 담으려 했는데
노사정 합의 손댈 수 없다며 완강
의사결정 바꿀 수 없어 불참 택해”
민주노총 압력 때문이었나?
“참석·불참 양쪽 모두에서 압력
운영위·의제개발위 참관 요구에
노사 주요단체들이 난색 보여”
사회적 대화기구 왜 삐걱거리나
“정부·여당, 도구적 접근이 문제
탄력근로 다루면서 엉망진창 돼
앞으론 무리한 합의 시도 말아야”
불참 결정 왜?
“미조직 노동자 보호 담으려 했는데
노사정 합의 손댈 수 없다며 완강
의사결정 바꿀 수 없어 불참 택해”
민주노총 압력 때문이었나?
“참석·불참 양쪽 모두에서 압력
운영위·의제개발위 참관 요구에
노사 주요단체들이 난색 보여”
사회적 대화기구 왜 삐걱거리나
“정부·여당, 도구적 접근이 문제
탄력근로 다루면서 엉망진창 돼
앞으론 무리한 합의 시도 말아야”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사노위 여성·청년·비정규직 계층 대표들이 18일 오전 서울 마포 한겨레신문사에서 좌담회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청년 대표 김병철 청년유니온 위원장, 비정규직 대표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상임활동가, 여성 대표 나지현 전국여성노조 위원장.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경사노위 여성 대표 나지현 전국여성노조 위원장, 18일 한겨레신문사.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경사노위는 지난해 11월22일 출범했다. 주요 노사단체 중심인 과거 노사정위원회와 달리, 여성·청년·비정규직과 중견·중소기업·소상공인 등 그동안 포괄되지 못한 계층 대표들이 참여하는 새로운 사회적 대화를 표방했다. 미조직 노동자 등 대변하기 힘든 목소리도 담겠단 취지다. 의사결정도 ‘합의’에서 ‘협의’로 바꿨다. 하지만 계층 대표들은 위원회 운영이 취지대로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두어달 이어진 탄력근로제 논의 과정에서 경사노위가 이들에게 내용을 설명한 것은 단 한차례, 본회의 소집 통고와 함께였다. 이들이 탄력근로제 확대 영향에 무방비로 노출된 미조직 노동자를 대표하는데도 그랬다. 노사정의 합의(2월19일) 이후, 2차 본위원회(3월7일) 이전인 2월27일 경사노위는 회의 안건을 사전설명하겠다며 노사 양쪽 계층대표들과 공익위원들 10명을 소집했다. 합의 과정에 참여한 노사 주요단체 쪽 위원들은 없었다. 청년 대표인 김병철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그 간담회에서 우리 셋의 입장을 전달했는데 그때부터 마찰이 시작됐다. 사실 우린 그때까지도 보이콧이나 합의안 무력화는 생각지도 않았다”고 했다. 여성 대표 나지현 전국여성노조 위원장은 “우리가 보기엔 미조직 노동자들 보호가 안 되는 합의안이었다. 우리 고민을 보태면 피해를 줄일 수 있지 않겠느냐, 낙관적으로 생각하고 갔는데 경사노위 쪽에서 ‘노사정 합의된 것에 대해선 손댈 수 없다’, ‘전혀 바꿀 수 없다’며 강하게 나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본위원 17명 중에 노사 양쪽 계층대표가 6명이고 공익위원이 4명인데, 과반이 넘는 위원들의 역할이 도대체 무엇인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청와대에서 대통령까지 참석해 열리는 본회의에서 적극적으로 반대의견을 내기는 쉽지 않아보였다. 그대로 본회의에 참여하면 합의안을 추인하는 꼴이었다. 비정규직 대표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상임활동가는 “반대를 하더라도 참가해서 하는 게 온당하단 생각을 단 한 번도 바꾼 적이 없었지만, 회의록에 반대의사를 남는 것뿐인 상황에선 불참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경사노위 문성현 위원장과 박태주 상임위원이 7일 연 기자회견에서 한 “여성·청년·비정규직은 보조축” 등의 발언이 문제가 됐다. 이후 여성·청년노조의 조합원들은 “이런 굴욕적 얘기를 듣고 들어가야 하느냐”며 대표들에게 항의했다고 한다. 나 위원장은 “예상하지 못한 현장의 여론을 확인했다”며 “‘사회적 대화의 보조축’이란 말을 ‘이 사회의 보조 인간들’이란 늬앙스로 받아들이더라. ‘공식 사과 없이 들어가는게 말이 되느냐’는 반응이 와서 우리도 놀랐다”고 했다. 이 활동가는 “우리도 두번 불참까진 부담이 굉장히 컸다. 자정을 넘겨 새벽까지 고심하다 불참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경사노위 청년 대표 김병철 청년유니온 위원장, 18일 한겨레신문사.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두 차례의 불참과 관련해 일각에서 ‘민주노총이 압력을 넣은 것 아니냐’고 했지만 이들은 “압력은 참석·불참 양쪽에서 다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왔지만 그것 자체가 결정적인 이유가 되진 않았다”고 했다. 압력보다 더 고민스러운 문제는 전체 노동자에게 끼칠 영향이었다. 이 활동가는 “우리에게 참석이나 불참을 압박한 이들은 자기들이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할 것 같은데 전혀 아니다. 그런 압력이 있었다는 것 정도”라며 “마지막까지 고심했던, 우리에게 제일 큰 ‘겁박’은 ‘경사노위를 제대로 통과하지 않으면 합의안보다 더 나빠질 수 있다는 것’과 함께, ‘이대로 보완 없이 통과시키면 미조직 노동자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것’이란 우려였다”라고 말했다. 계층별 대표 3인은 특히 경사노위의 의사결정구조를 강하게 비판했다. 경사노위는 본회의 산하에 의제별 위원회를 두는데 실질적 논의는 이곳에서 이뤄진다. 이 활동가는 “본위원회는 마지막 의결 기능 외엔 없다. 운영위나 의제개발·조정위에서 대부분의 의사결정이 되는데 우리가 참관이라도 하게 해달라고 수 차례 요구했지만 반응이 없었다. 경사노위의 의사결정을 주도하는 노사 주요단체들이 난색을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나 위원장은 “사회적 대화 기구는 우리가 대변하는 사회적 약자들에게 더욱더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오만가지가 올라오지 않나. 경사노위가 이런 걸 정제해서 정책에 반영하는 기구가 돼야 하는데 우린 불참을 하고 나서야 겨우 존재감이 나타났다”면서 “우리도 노사 주요단체들의 주도성을 부정하는 게 아니다. 경사노위에 계층 대표들의 의사가 전달될 구조가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시민들이 봤을 때 이 회의장이 각자가 겪는 문제의 공론화 기구로 효능감을 느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우리 사회의 양극화,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려면 기존 노사 주요단체들이 주도하는 대화로는 방법을 찾기 힘들다. 경사노위의 각 의제별 위원회에서 논의하는 주체들도 전문가들로만 채워져 있고 당사자들의 목소리는 반영되기 힘들다. 현시대에 걸맞은 사회적 대화의 모습으로 변모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경사노위 비정규직 대표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상임활동가, 18일 한겨레신문사.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이들은 특히 정부와 집권여당이 사회적 대화를 형식적인 통과의례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을 문제 삼았다. 정부와 여당이 자신들이 주도해서 풀어야 할 문제를 사회적 대화에 떠넘기듯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활동가는 “돌이켜보면 지금까지는 경사노위가 정부와 국회의 하위파트가 되는 과정이었다.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의제를 절차상의 통과의례로 경사노위에서 하려 했던 것”이라며 “대통령이나 정부, 집권여당이 경사노위를 대단히 도구적으로 본 것이 결정적 하자였고 특히 탄력근로제를 다루면서 엉망진창이 됐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단이) 전화위복이 돼서 경사노위가 외압으로부터 벗어나 스스로 의제를 발굴하고 시간이 걸려도 충분한 숙의 민주주의 과정을 거쳐 의미 있는 성과를 낸다면 민주노총도 들어오지 않을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도 경사노위가 스스로 의제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 공약 사항이자 국제적 합의가 이미 이뤄진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문제 같은 것을 노사 간에 합의하라고 한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며 “사회안전망, 양극화 해소 같은 우리가 가장 바랐던 의제들을 경사노위 스스로 발굴해 나가야 한다. 정부나 국회도 처리하기 곤혹스럽고 여론의 지지를 받기 어려운 뜨거운 감자를 경사노위로 떠넘기려 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이들에게 향후 본회의 참여 가능성에 관해 물었다. 나 위원장은 “‘보조축’ 발언에 대해선 사과를 해줬으면 좋겠고, 탄력근로제를 1호 합의안으로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더불어 운영위나 의제개발위에 참관으로라도 개입할 수 있게 되면 문제의 절반은 해결될 수 있다”고 했다. 나 위원장은 그러면서 최근 문성현 위원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앞으로 무리한 합의는 하지 않겠다’고 한 것과 관련해 “정말로 ‘무리한 합의’가 시도되지 않는 경사노위가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사노위 여성·청년·비정규직 계층 대표들이 18일 오전 서울 마포 한겨레신문사에서 좌담회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청년 대표 김병철 청년유니온 위원장, 여성 대표 나지현 전국여성노조 위원장, 비정규직 대표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상임활동가.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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