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비정규노동자의 집 ‘꿀잠’·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기자회견을 열고 “파견법을 폐지하고 불법파견을 엄벌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민주노총, KT 자회사 노동자 분석
“본사 수익 창출의 핵심 인력인데
임금은 20~25%…노동환경 열악”
KT 쪽 “직고용, 선제적으로 한 것”
“본사 수익 창출의 핵심 인력인데
임금은 20~25%…노동환경 열악”
KT 쪽 “직고용, 선제적으로 한 것”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면서 자회사를 만들어 직접 고용하는 형태가 늘어나고 있는데, 케이티(kt)를 보면 이들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 수 있다. 케이티는 통신상품 판매가 수익의 핵심인데, 이 수익은 (본사가 아니라) 자회사 노동자를 통해 창출되지만 정작 자회사 노동자들은 최저임금을 조금 웃도는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탁선호 금속노조 법률원 변호사)
만연한 비정규직 문제의 새로운 축이 ‘자회사 정규직’ 고용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민주노총과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가 4일 오후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연 ‘대기업 비정규직 실태 연구’ 발표와 토론회에서다. 통신서비스 산업 분야 발제를 맡은 탁선호 변호사는 케이티가 민영화 이후 설립한 자회사 노동자들의 현황을 분석했다. 실제로 하는 일은 본사의 수익과 직결돼 있고 업무·성과 관리도 본사가 직접 하지만, 임금체계와 직군이 본사보다 열악한 자회사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처지는 설령 정규직이라 해도 비정규직과 다를 바 없다는 주장이다.
케이티에서 통신서비스 관련 자회사는 설치·수리 업무를 하는 케이티서비스남부(비수도권)와 북부(수도권), 콜센터와 판매·영업을 겸하는 케이티아이에스(is)와 케이티시에스(cs), 판매·영업을 하는 케이티엠앤에스(m&s)가 있고, 통신구·전신주 관리 등 유지보수 업무는 협력업체가 맡고 있다. 통신업체의 핵심 업무 대부분을 자회사가 처리하는 구조다. 하지만 이들의 업무 관리·조정은 모두 케이티 본사가 한다. 가령 케이티 영업팀에서 자회사에 실적 할당량 배분 등 업무 지시를 하면 자회사는 이를 그대로 현장 노동자에게 지시하는 형태다. 실질적인 사용자는 케이티고 자회사는 일종의 하위 부서처럼 운영되지만 노동조건은 매우 열악하다. 2016년 기준으로 자회사 노동자의 평균 연봉은 본사(7600만원)보다 적게는 4분의 1 수준(1900만원, 시에스), 많아도 절반(3587만원, 서비스북부)에 못 미친다고 탁 변호사는 짚었다.
이에 케이티 쪽은 “자회사 직고용은 지난해 5월 고용노동부가 낸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서도 제시한 방안 중 하나다. 일부 직원들이 처우에 불만족해할 수도 있지만, 그룹 차원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고민해 선제적으로 자회사를 통해 정규직으로 전환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의 책임연구자인 김혜진 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는 “실제 업무와 노동조건에 모든 권한을 갖고 있으면서도 법적으로 책임은 없는 본사의 문제는 금융지주회사로 바뀐 이후 금융 분야, 편성권으로 외주업체를 쥐락펴락하는 방송사 등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문제다. 노동자들이 소속된 자회사는 권한이 없고, 본사한테는 아무것도 해볼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전권을 행사하는 누군가가 있는데, 이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게 문제의 핵심”이라며 “4차 산업혁명 등으로 앞으로 이런 현상은 더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날 발표자들은 각종 개발 과정에서 환경에 미칠 영향을 사전에 평가하는 환경영향평가처럼 고용문제에서도 특정 산업 발전계획 등을 세울 때 이것이 고용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사전에 면밀히 따져보는 고용영향평가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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