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소속 김학용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연합뉴스
김학용(자유한국당)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이 ‘시기상조론’과 ‘기업을 경영할 권리’를 내세워 정부의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노동계는 ‘환노위원장 자질론’을 제기하며 강력하게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16일 오전 전날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소속 노사관계제도·관행 개선위원회 공익위원들이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관련 낸 공익위원 안 관련 ‘환노위원장 입장문’을 냈다. 김 위원장은 입장문에서 “우리 사회에서 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은 시기상조이며, 좀 더 심사숙고해야 할 과제”라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그는 현재 한국사회가 노동조합에 과도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핵심협약 비준되면 기울어진 운동장을 넘어 아예 ‘뒤집힌 운동장’이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이어 공무원과 교사 파업이 가능해지고 해직자가 노조 간부로 활동하면 ‘정치 파업’이 일상화될 것이란 자신의 예상도 시기상조론의 근거로 제시했다. “이런 상황에서 어느 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하고 일자리를 만들 수 있겠냐”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유럽연합(EU)이 2010년 한국과 맺은 자유무역협정(FTA)을 근거로 핵심협약 가입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선 “여기에 우리 정부가 부화뇌동해선 안 된다”고 요구했다. 국제 기준을 따르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결과 분쟁 절차에 휘말리게 된 상황인데 “부화뇌동”하지 말라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저는 ‘노조할 권리’에 맞춰 ‘기업을 경영할 권리’도 보장해 달라는 경영계의 호소가 무리한 요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노사 양측이 각자 자신의 요구를 100% 관철하려고 한다면 이 문제는 해법이 없다”고 규정했다. 뒤늦은 국제 노동 기본권의 도입을 놓고 노사의 거래 대상이라는 인식을 드러낸 셈이다.
같은 당의 나경원 원내대표도 이날 오전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노조에) 기울어진 운동장”을 언급하며 경사노위 공익위원 안을 비판했다. 나 원내대표는 “경영계 핵심 요구사항인 (부당노동행위 때) 사업주 형사처벌 폐지 등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경사노위가 노동계 이익만 대변한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김 위원장 발언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강훈중 한국노총 대변인은 “세계 경제 10위권이며 국민소득이 3만불이 넘는 우리나라가 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을 비준하지 않는다면 과연 어느 나라에서 해야 하느냐”며 “기본협약 비준은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당시 국제사회와의 약속이며,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한-유럽연합 에프티에이 체결 당시 한 약속이다. 자유한국당도 자유로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형석 민주노총 대변인은 김 위원장의 발언을 놓고 “19세기 파시스트나 천민자본주의자들의 생각으로, 이들이 우리 사회 미래와 안정적이고 발전적인 노사관계를 망치는 주범”이라고 지목했다. 김 대변인은 “반헌법적 발상을 자랑스레 떠드는 인사가 국회 환노위원장을 맡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블랙코미디”라고 비판했다.
전종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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