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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줄지 않는 ‘우리 곁의 김용균들’ 작년에도 하루 3명 산재사망

등록 2019-05-02 12:18수정 2019-05-02 22:57

2017년 964명→2018년 971명
OECD 최악국가 오명 못 벗어
건설업 485명…추락 가장 많아
정부 “산재보험 확대 영향” 해명
지난해 일터에서 일하다 사고로 숨져 산업재해로 인정받은 노동자는 971명으로, 1년 전보다 7명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산재 후진국이라는 오명을 벗기엔 너무 많은 수로, 하루에 산재 사고로 2.7명이 숨지는 셈이다. 청년들의 안타까운 죽음 이후 ‘김용균법’이 만들어지고, 정부도 2022년까지 산재사고 사망률을 절반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노동자 안전엔 여전히 ‘빨간불’이 켜져 있는 것이다.

사재사고로 숨진 노동자 수
사재사고로 숨진 노동자 수
고용노동부가 2일 발표한 ‘2018년 산업재해 현황’을 보면, 지난해 산업재해로 숨진 노동자는 971명으로 2017년 964명에서 7명이 늘었다. 건설업 사망자(485명)가 절반가량을 차지했고 제조업(217명)과 서비스업(154명)이 뒤를 이었다.

사고 유형별로는 추락사망자가 39%(376명)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특히 건설업에선 산재 사망자 가운데 60%(290명)가 일하던 중 발판이 무너지는 등의 이유로 떨어져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추락사를 줄여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확산됐지만, 오히려 건설업 추락사망자는 2014년 256명에서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고용부는 이날 관련 대책으로 안전성이 검증된 일체형 작업발판의 확산을 유도하기 위해 올해 352억원의 예산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과 관련한 질병에 걸려 숨진 것으로 인정받은 노동자는 1년 전(993명)보다 178명이 늘어 1171명에 이르렀다. 다만 사고사망 만인율을 보면, 2017년엔 노동자 1만명 가운데 0.52명이 사고로 숨졌는데 지난해엔 그 수가 0.51명으로 조금 줄었다. 이는 산재보험 대상이 되는 노동자가 1년 새 51만3296명 늘어 분모가 커진 탓이다. 고용부는 지난해 산재사고 사망자가 늘어난 이유로 지난해 7월 공사액이 2천만원 미만인 영세 건설사업장 등까지 산재보험 적용 대상이 확대돼 이전 같으면 산재 통계에 잡히지 않았을 사망 노동자 10명이 통계 안으로 들어온 영향을 꼽았다.

세계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인 지난달 28일 오전 경기도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에서 열린 청년노동자 고 김용균 동지 묘비 및 추모조형물 제막식에서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가 아들이 살아생전 태안화력발전소 안에서 자전거 타던 모습을 형상화한 추모조형물을 어루만지고 있다. 남양주/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세계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인 지난달 28일 오전 경기도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에서 열린 청년노동자 고 김용균 동지 묘비 및 추모조형물 제막식에서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가 아들이 살아생전 태안화력발전소 안에서 자전거 타던 모습을 형상화한 추모조형물을 어루만지고 있다. 남양주/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그럼에도 전반적인 추세를 볼 때, 임기 안에 산재사고 사망자 수를 50%로 줄이겠다는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여당의 약속이 지켜지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월 신년사에서도 “2022년까지 산재 사망자 수를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2017년 사고사망 노동자 964명을 2022년까지 절반(482명) 수준으로 줄이기 위해선 해마다 평균 100명씩 줄여야 한다.

노동계는 지금 같은 방식으로는 ‘위험의 외주화’를 막고 산재를 획기적으로 줄이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는 지난해 태안화력발전소 하청 노동자 김용균씨의 죽음 이후 전면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관련 시행령을 지난달 입법예고 하면서 기업이 사내 도급을 쓸 때 고용노동부 장관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는 위험작업 대상을 규정했다. 그런데 김용균씨가 하던 유지·보수 업무는 물론 2016년 서울 지하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 수리 작업을 하다 숨진 김아무개군의 작업 등은 빠진 게 그런 사례라는 것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이날 논평을 내어 “후퇴한 산안법 하위법령으로는 사망사고 절반 감축이 불가능하다”며 △산안법 시행령 전면 개정 △중대재해 재발방지 대책 수립 등을 주문했다.

2015년 국제노동기구(ILO) 자료를 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가운데 사고사망 만인율이 한국(0.53명)보다 높은 나라는 멕시코(0.82명)와 터키(0.69명)뿐이다. 같은 시기 네덜란드는 0.05명으로 한국의 10분의 1 이하였고, 스웨덴과 영국은 각각 0.07명, 0.08명 수준이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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