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4차 전원회의에서 사용자 쪽 이태희 중기중앙회 스마트일자리본부장(왼쪽부터), 류기정 경총 전무와 근로자 쪽 이성경 한국노총 사무총장, 백석근 민주노총 사무총장이 인사하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최저임금위원회가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4차 전원회의를 소집해 2020년치 최저임금액을 결정하기 위한 논의를 이어갔다. 노동자 위원과 사용자 위원들은 늦은 시각까지 최저임금액 발표 때 시급과 월급을 병기하는 문제와 업종별로 최저임금액을 달리 정하는 문제를 놓고 치열한 토론을 벌였다. 법정 논의시한(27일)을 이틀 앞둔 이날 회의까지 노사 양쪽은 2020년치 최저시급 요구액을 제시하지 않았다.
이날 회의는 시작부터 접전을 예고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의 구속 사태에도 사회적 대화는 이어가기로 방향을 잡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백석근 사무총장은 근로자 위원 머리발언에서 “김 위원장 구속 사태는 작년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사태에서 시작됐다”며 “(정부가)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을 하면서 비롯됐다”고 짚었다. 사용자 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지난 2년 최저임금이 지나치게 급속하게 인상돼 기업 엔진이 과부하 상태여서 급속한 냉각이 필요하다. 오늘 논의 예정인 사업 구분도 소상공인이나 중소 영세 사업장의 경영 환경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어깨의 무거운 짐을 덜어주는 쪽으로 합리적으로 논의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주로 거론한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 적용’ 문제는 해마다 사용자 위원들이 제기한 묵은 주제다. “기업 지불능력과 근로조건, 생산성이 업종별로 다른데 최저임금은 일괄적으로 결정해 적용하다 보니 경영이 어려운 업종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다. 업종별로 최저임금액을 달리 정하자”는 주장이다. 지난해의 경우 사용자 위원들은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임금을 주는 비율을 뜻하는 ‘최저임금 미만율’이 제조업은 5.1%이나 숙박·음식점업(34.4%)과 농림어업(42.8%)은 지나치게 높으니 이들 업종의 최저임금은 더 낮게 책정하자고 요구했다.
반면 노동자 위원들은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게 되면 모든 저임금 노동자의 최소한의 생계를 보호할 목적으로 도입된 최저임금 제도 자체의 취지를 훼손하게 된다고 반대한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법정 임금의 하한선을 정하는 게 최저임금 제도인데, 차등 적용하게 되면 최저임금이 낮은 업종은 계속 저임금 업종으로 고착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생산성이 낮은 업종엔 낮은 최저임금을 적용할 게 아니라 생산성이 높은 집단에 최저임금을 상회하는 수준에서 생산성을 반영해주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일부 사용자 위원은 업종을 가리지 말고 5인 미만 사업장과 그 이상 사업장의 최저임금을 달리 정하는 ‘규모별 차등 적용’ 방안을 제시해 근로자 위원들과 격론을 벌이기도 했다. 본래 회의 안건도 아닌데다, 규모에 따른 차등 적용은 법률에도 근거가 없다는 게 반박의 근거였다.
또 사용자 위원들은 최저임금을 시급으로 결정한 뒤 월급으로 환산한 금액은 따로 발표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월급으로 환산하는 과정에서 한달치 노동시간을 계산할 때 주휴수당을 일괄적으로 포함하다 보니 산업현장에 혼란이 인다는 주장이다. 반면 노동자 위원들은 이런 주장이 주휴수당을 주지 않기 위한 꼼수라고 보고 적극 반박했다. 시급과 월급을 함께 발표하는 현행 제도가 끊임없이 주휴수당의 존재를 알리는 수단이 되는데, 이런 현실을 바꾸려 사용자 쪽이 해마다 제도 변경을 주장한다는 것이 노동자 위원들의 시각이다.
전종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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