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정부세종청사 전원회의실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5차 전원회의에서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 적용 등의 안이 표결 결과 부결되자 이태희 위원(종이를 든 이) 등 사용자 위원들이 회의장에서 집단 퇴장한 뒤 고용노동부 기자실에 와 회의 불참 방침 등을 밝히고 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2020년치 최저임금은 올해처럼 시급과 월급을 나란히 표기하는 한편 업종을 구분하지 않고 단일한 액수로 발표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 위원들은 이런 표결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며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며 보이콧을 선언했다. 당분간 최임위 파행 운영이 불가피해졌다.
최저임금위원회는 26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전원회의실에서 5차 전원회의를 열어 내년치 최저임금을 시급 기준으로만 발표할지 월급도 병기해 발표할지와 업종별로 최저임금액을 달리 정할지를 두고 근로자 위원과 사용자 위원들이 격론을 벌였다. 양쪽의 합의가 어렵게 되자 박준식 위원장은 표결에 부쳤다. 27명의 위원 전원이 참여한 투표에서 “최저임금은 시급으로 정하고 월 환산액을 함께 표기해 고시하도록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요청한다”는 안건은 16 대 11로 가결됐다. 동시에 상정된 “(최저임금액을)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 적용”하자는 안건은 10 대 17로 부결됐다. 사용자 위원들의 요구 내용이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그러자 사용자 위원 9명은 즉각 회의장에서 동시 퇴장하며 최임위 전원회의 보이콧을 선언했다. 이들은 “근로시간과 임금지급 방식이 다변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월 환산액 병기는 오히려 산업 현장의 혼란만 가중시킬 가능성이 높다. 또 모든 업종에 동일한 최저임금을 적용하기로 한 것은 향후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뿐 아니라 우리 경제의 주축이자 최저임금 당사자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목소리를 회피하는 무책임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사용자 위원들은 “이런 문제에 대한 개선이나 고민 없이 2020년 최저임금에 대한 추가 논의는 무의미하다고 판단한다”며 27일로 예정된 6차 회의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용자 위원 사이에선 “공정성이 없는 최임위는 없어져야 한다”(오세희 소상공인연합회 부회장)는 격앙된 반응까지 나왔다. 다만 “일단 내일 회의까지 불참하는 것이다. 그 이후는 다시 논의해봐야 한다”(이태희 중소기업중앙회 스마트일자리본부장)는 목소리도 나와 모든 문을 걸어 잠그지는 않았다. 박준식 위원장은 사용자 위원 전원 퇴장 뒤 “사용자 위원들 심정은 이해한다. 사용자 위원들이 돌아올 수 있도록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사용자 위원들은 지난해 7월10일 전원회의에서도 업종별 차등적용 안을 표결에 부쳐 부결되자 이에 항의하며 집단 퇴장한 뒤 2019년치 최저임금이 결정될 때까지 최임위 전원회의를 보이콧했다.
전종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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