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5시30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13차 전원회의에서 박준식 위원장(가운데)이 내년 최저임금 2.87% 인상안을 결정한 뒤 기자들에게 결정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2020년 치 최저임금 시급은 올해보다 240원 오른 시급 8590원으로 결정됐다. 인상률 2.87%는 1998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역대 세번째로 낮은 수치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1일 오후 4시 정부세종청사 최임위 전원회의실에서 12차 전원회의를 시작해 12일 새벽까지 이어진 13차 전원회의에서 전체 27명 위원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2.87% 올린 8590원을 제시한 사용자 위원 안과 6.3% 올린 8880원을 제시한 근로자 위원 안을 놓고 표결을 벌인 끝에 15 대 11(기권 1)로 사용자 쪽 안을 내년 치 최저임금 시급으로 결정했다. 이는 올해 8350원에서 240원이 오른 것으로, 월급(209시간) 기준으로는 179만5310원에 해당한다. 올해 치 174만5150원에서 5만160원이 오른다.
이로써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최저임금 인상률은 16.4%(2018년), 10.9%(2019년) 등 2년 동안 29%가 오른 반면, 3년차엔 2.87%로 크게 떨어졌다. 인상률 2.87%는 구제금융 때인 1998년 9월∼1999년 8월 치에 적용된 2.7%와 금융위기 때인 2010년 치에 적용된 2.75%에 이어 역대 세번째로 낮은 수치다.
박준식 최임위원장은 회의 뒤 인터뷰에서 매우 낮은 인상률이 나온 데 대해 “최근 경제사회 여건에 대한 우리 스스로의 정직한 성찰의 결과라고 본다. 공감대가 반영된 것이 아닌가 한다”면서도 “내가 생각한 것에 비해 낮게 결정이 나 나도 놀랐다. 개인적으로 아쉽다”고 말했다.
애초 최저시급 1만원을 제시한 노동계는 역대 세번째로 낮은 인상률에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이번 결정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폐기 선언으로 간주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낸 성명에서 “철저히 자본 편에 서는 데서 나아가 정부가 가진 권한으로 최저임금 포기와 소득주도성장 폐기를 선언했다”며 “민주노총은 최소한의 기대조차 짓밟힌 분노한 저임금 노동자와 함께 노동개악 분쇄를 위해 총파업을 포함한 전면적인 투쟁을 조직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훈중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대변인은 “최저임금 참사가 일어났다. 이대로라면 문재인 대통령 임기 안에 1만원 실현도 어려워졌다. 결국 최저임금은 안 오르고 최저임금법만 개악된 셈”이라고 비판했다.
사용자 쪽은 동결을 하지 못해 아쉽다며 표정 관리에 나섰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최근 2년간 30% 가까이 인상되고 중위임금 대비 60%를 넘어선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인상될 경우 초래할 각종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금번 최저임금 결정이 경제 활력을 제고하고, 중소 영세기업과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다소나마 줄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종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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