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추천한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 위원 5명도 내년치 최저임금 240원 인상에 반발해 사퇴했다. 위원회의 노동자 위원 9명 자리는 전부 공석이 됐다. 노-정 관계와 함께 사회적 대화도 꽁꽁 얼어붙고 있다.
한국노총은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87% 인상안은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합에도 채 미치지 못하는 실질임금 삭감 수준으로, 저임금노동자 생활 안정이라는 최저임금제도의 근본취지에 결코 부합하지 않는다”며 “한국노총은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이의를 제기하며 재심의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이어 이성경 한국노총 사무총장, 정문주 정책본부장, 김만재 금속노조연맹 위원장, 김현중 한국철도·사회산업노조 위원장과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 등 한국노총 추천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 위원 5명은 사퇴한다고 발표했다. 이성경 사무총장은 “정부가 나서 최저임금 인상률 가이드라인을 정해주고, 최저임금법이 규정한 결정기준이 명확한 기준 없이 무력화되는 지금의 최임위 구조에선 더 이상 노동자 위원으로서 어떤 역할도 수행하지 못할 것 같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노동자 위원들은 다만 “정부가 이의제기를 수용할 경우 총사퇴를 재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추천 노동자 위원인 김영민 청년유니온 사무처장도 이날 “최저임금위원회가 역대 최저 수준 인상을 결정한 데 이어 최저임금 차등적용 제도 개악을 시도하고 있다”며 노동자 위원 사퇴를 선언했다. 앞서 민주노총 쪽 노동자 위원 3명은 15일 기자회견을 열어 사퇴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노동자·사용자·공익 위원 각 9명씩 27명으로 이뤄진 최임위에서 노동자 위원 9명이 모두 사퇴함에 따라 최임위는 당분간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하게 됐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민주노총이 불참하고 탄력근로제 처리에 반대하는 계층별 대표들이 본회의 출석을 거부하며 삐걱거리는 가운데 그나마 사회적 대화 기구로서 명맥을 이어오던 최임위마저 ‘소통 불능’ 상태에 빠진 것이다.
한국노총 쪽 노동자 위원들이 사퇴 철회의 조건으로 내건 재심의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매우 작다는 게 노동계의 시각이다. 최저임금법은 고용노동부 장관이 열흘 이상의 기간을 정해 최임위에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한다. 하지만 1988년 최저임금 제도가 시작된 뒤 고용부 장관이 이의제기를 받아들여 재심의를 요청한 적은 단 한번도 없다. 김경선 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관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이의제기가 접수되면 타당성을 충실하게 살펴 최저임금위원회 재심의 요청 여부를 따져보겠다”고 말했다.
전종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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