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로공사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가운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소속 조합원들이 9일 오후 경북 김천 도공 본사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이날 노조는 대법원에서 불법파견 확정 판결을 받은 296명만 직접고용하겠다는 회사 쪽의 발표에 반발해 점거농성을 시작했다. 연합뉴스
“예상했던 것보다 더 악랄한 방안으로, 이강래 사장이 노조에 ‘더 투쟁하라’는 지침을 직접 내렸다고 볼 수밖에 없다. 대법원 판결의 핵심은 이번에 직접고용 확정판결을 받은 이와 소송이 진행 중인 이들을 달리 볼 이유가 없다는 것인데, 도공은 이를 매우 자의적으로 해석했다.”(남정수 민주일반연맹 교선실장)
이강래 한국도로공사(도공) 사장이 9일 대법원에서 불법 파견이 인정된 296명만 직접고용하고, 원래 하던 요금수납 업무가 아닌 현장 조무직무를 맡기겠다고 발표하자, 72일째 농성 중인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노조들(민주일반연맹, 톨게이트노조 등)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 가운데 민주일반연맹 등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소속 조합원 250여명은 이 사장의 발표 직후 경북 김천의 도공 본사 점거 농성에 나섰고, 톨게이트노조도 밤늦게 합류했다.
도공의 자회사 전환 방침을 거부해 해고된 요금수납원 1500여명은 지난달 29일 도공을 상대로 처음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낸 이들 가운데 296명이 대법원에서 ‘직접고용’ 확정판결을 받은 이후 이들을 포함한 1500여명 모두를 당장 직접고용하라고 요구해왔다. 같은 사안으로 1·2심에서 다투고 있는 나머지 1200여명의 대법원 재판 결과도 똑같을 것이므로 시간과 돈, 행정력을 더 낭비하지 말라는 것이다.
하지만 도공은 이날, 확정판결을 받은 296명과 소송이 진행 중인 1200여명에게 ‘분리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우선, 296명은 직접고용하되 요금수납 업무가 아니라 환경정비 등 현장 조무직을 맡기고, 근무지도 개인이 원하는 곳을 고려하되 공사의 인력운영 여건에 따라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남정수 민주일반연맹 교선실장은 “직접고용 인원을 사실상 협박해 자회사로 보내겠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밝힌 것”이라고 비판했다. 직접고용된 이들, 특히 장애가 있는 노동자 등에게 감당하기 힘든 업무를 맡기는 등의 방법을 동원해 자회사로 갈 것을 사실상 계속 강요할 수 있다는 우려다.
나머지 1200여명을 두고 이강래 사장과 도공은 “개별적 특성이 달라 사법부의 최종 판단이 필요하다”며 소송 강행 뜻을 밝혔다. 그 대신 2심이 진행 중인 노동자부터 2년 기한의 기간제로 채용해 조무직무를 맡기겠다고 했다. 대법원 판결 전까진 비정규직인 기간제로나마 도공이 ‘직접고용’하고, 판결 이후엔 그에 따르겠다는 뜻이다. 이에 노조는 2년 안에 확정판결이 난다는 보장이 없는데다 그나마 선택권을 노동자가 아니라 도공이 가지겠다는 ‘분열책’이라고 반박했다. 김병종 톨게이트노조 부위원장은 “지난주 톨게이트노조와 실무교섭을 할 때까지만 해도 이렇게까지는 나오지 않았는데, 최악의 결정이 나와 암울하다. 296명뿐만 아니라 1, 2심 진행 중인 노동자들까지도 갈기갈기 찢어놓겠다는 것이어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들의 도공 본사 기습 점거 농성 과정에서 조합원과 이를 막으려는 도공 직원·경찰 등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져 조합원 수십명이 찰과상, 타박상 등을 입었다.
조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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