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민주노총이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 모습. <한겨레> 자료
노동조합의 청년 조합원들은 중장년 조합원보다 노조의 필요성을 덜 느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청년 조합원들은 또 다른 세대보다 노조 활동을 더 부정적으로 평가해, 만족도와 참여도도 낮았다. 세대와 경험의 차이에도 원인이 있지만, 노조가 그 가치와 논리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게 문제라는 분석이 담긴 연구결과라 눈길을 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과 사회공공연구원이 최근 펴낸 <청년조합원에 대한 이해와 노동조합의 과제> 연구보고서의 ‘공공운수노조 청년조합원 인식조사 결과’(이재훈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를 보면, 35살 미만 청년 조합원 가운데 ‘노조가 필요하다’고 한 이는 79.9%였다. 35~50살 미만은 86.1%, 50살 이상 86.6%가 노조의 필요성을 느끼는 데 비하면 다소 낮은 수준이다. 거꾸로 ‘노조가 불필요하다’는 의견은 청년들이 9.2%로, 35~50살 미만 5.3%, 50살 이상 3.8%보다 높았다. 이 조사는 공공운수노조 조합원 2685명을 상대로 지난해 7월30일~10월4일 온라인으로 실시한 것이다.
같은 조사에서 청년들은 노조의 활동을 다른 세대보다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데 노조의 역할이 낮다’고 답한 청년은 15.3%로, 다른 세대(각각 9%, 5.9%)보다 평가가 박했다. ‘노조가 조합원의 요구를 관철할 역량이 있다’고 답한 청년도 36.6%에 그쳐, 절반 이상이 긍정적으로 답한 다른 세대와 차이를 보였다.
노조의 연대 활동도 달갑지 않게 여겨, 청년 조합원의 72.7%가 ‘노조는 사회적 가치보다 조합원의 권익을 지향해야 한다’고 답했다. 다른 세대는 각각 60.8%와 51.4%였다. 다른 사업장 노동자·노조와의 구체적인 연대 방식에서 ‘연대는 불필요하며, 소속 조합원을 위한 활동에만 집중해야 한다’는 청년(10.8%)은 중장년보다 두 배 가까이 많았다. ‘연대는 불필요하나, 공동의 이해가 생긴다면 한시적으로 연대할 수 있다’는 청년(32.2%)은 다른 세대보다 10%포인트가량 많았다.
10점 만점인 노조 활동 만족도는 청년이 5.4점으로 6.17점과 6.29점을 기록한 중장년보다 크게 낮았다. ‘노조 활동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이는 청년이 17.7%로 가장 많았다(각각 10.5%, 9.6%). 노조 활동을 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참여할 시간 부족’(24.6%)으로 다른 세대와 엇비슷했다. 하지만 두 번째로 많이 꼽은 이유는 ‘노조 자체에 대한 불신’(17%)으로 ‘노조에 우호적이지 않은 시선과 평가’(35~50살 미만, 14.3%), ‘참여할 만한 다양한 사업의 부족’(50살 이상, 16.5%)이라고 답한 중장년과 다른 인식을 드러냈다.
이런 차이가 어디서 비롯되는지는 공공운수노조의 청년간부 6명을 심층면접해 작성한 ‘공공운수노조 청년간부 면접조사 결과’(김경근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에서 생생히 드러난다. 한 청년간부는 청년들이 노조에 반대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청년들은 노조의) 의사결정 구조와 과정 자체가 민주적이지 않다고 본다. 비정규직 정규직화처럼 내 의견에 반하는 결정을 왜 하느냐는 거다. 노조가 뭐 하는지, 나한테 뭐가 도움이 되는지 몰라서인 것 같기도 하다.” 또 다른 응답자는 “후배들이 볼 때 선배들은 쉬운 업무만 찾아서 하려고 한다. 그러려고 본인의 인맥을 이용하는데, 그게 노조의 힘일 수도 있다”고 했다. ‘청년은 힘들게, 선배세대는 편하게’ 일하는 데 노조가 일조한다고 본다는 것이다.
김경근 연구위원은 “문제는 노동조합의 형식이나 결론 그 자체라기보다, 그 속에 담겨진 가치와 논리를 전달시키고 이해시키지 못하는 무능력과 무관심”이라며 “민주노조운동이 지속하려면 노조 지지와 참여를 요구하기 이전에, 먼저 청년세대가 무엇을 어떻게 경험하고 있는지 묻고 분석하고 변화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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