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린동 청년재단에서 연 노동포럼에서, 참석한 연구진들이 올해 총선 공약 반영을 촉구하는 10대 노동 의제와 그에 따른 25개 정책 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제공
대표적인 노동 연구집단인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사내 도급의 단계적·전면적 금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등을 총선 공약에 반영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린동 청년재단에서 ‘한국의 노동 2020–10대 의제와 25개 과제’를 주제로 노동포럼을 열고, 불평등·저임금·불안정 등 주요 노동 문제를 개선할 10대 의제와 그에 따른 정책 과제 25개를 발표했다. 이날 발표한 내용은 지난해 10월부터 모두 9차례 논의를 거친 결과물이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의 중간평가 성격을 갖는 2020년 총선에서 노동 문제를 사회적으로 공론화해 이를 정책공약에 반영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첫 번째 의제로 꼽은 것은 ‘죽지 않고 일할 권리’로, △유해・위험업종 → 생명・안전업무 → 제조업 순으로 사내도급의 단계적·전면적 금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산업재해 은폐 사업주 처벌 강화를 정책 과제로 제시했다. 일터에서의 사고로만 한해에 1천명 가까운 이들이 숨지는 것은 “재벌 대기업의 무분별한 간접고용, 특히 하도급이 산재 발생의 가장 큰 원인”인데, 정작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은 현행법상 산재 예방·발생 책임에서 벗어나있다”는 것이다. 김용균씨가 숨진 사고의 원인이 원하청 구조에 있다고 짚고 ‘직접고용 정규직화’를 첫 번째 권고로 내놓았던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와 같은 문제의식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도 주요 의제에 포함됐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구체적으로 공공 부문의 경우 △100명 이하 자회사 설립을 규제하는 한편 300명 이상 자회사는 공공기관으로 지정해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산별교섭을 통해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을 실현할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짚었다. 민간 부문은 △상시·지속 업무와 생명·안전 업무의 경우 정규직 고용을 의무화하고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을 법제화하는 것을 정책과제로 들었다.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결사의 자유 관련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통한 ‘노조할 권리’ 보장 역시 의제에 들었다, 초단시간 노동자와 4인 이하 사업장 등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는 방안, 특수고용노동자·플랫폼노동자의 고용보험 적용 등 이들의 ‘권리 보장’ 등도 주목할 만한 내용이다.
다만, 이들은 이날 제시한 내용의 추진과 관련해 특정 정당과 정책 협약을 맺거나, 공약 수용을 압박하는 추가적인 행동에 나서지는 않을 계획이다. 이들은 “총선을 맞아 시민사회 공론장에서 논의돼야 할 노동의제와 정책과제를 제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