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아빠 육아휴직자’가, 남성 육아휴직제를 도입한 2009년 이후 처음으로 2만명을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육아휴직자의 5명 가운데 1명 수준으로, 아이 돌봄의 책임은 부모가 함께 져야 한다는 인식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고용노동부는 22일, 지난해 민간 부문 남성 육아휴직자가 전년도(1만7665명)보다 26.2% 늘어난 2만2297명이었다고 밝혔다. 전체 육아휴직자 가운데 남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5년 5.6%에서 해마다 5% 안팎씩 꾸준히 늘어, 지난해엔 21.2%를 기록했다. 전체 육아휴직자도 역대 최대 규모로, 2018년(9만9198명)보다 6% 늘어난 10만5165명이었다.
남성 육아휴직자가 이렇게 늘어난 것은 300인 미만 중소기업 종사자의 육아휴직 사용이 대폭 증가한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2018년 7170명이었던 중소기업 남성 육아휴직자는 지난해 9794명으로 36.6% 증가했다. 그럼에도 아직은 300인 이상 대기업에서 육아휴직을 하는 남성(56.1%)이 절반 이상이었다. 반면, 전체 육아휴직자로 보면 중소기업 종사자가 54.5%로 대기업 종사자보다 더 많았다.
한 자녀를 대상으로 부모가 모두 육아휴직을 하는 경우도 2018년의 절반 가까이 늘어났다. 부모가 순차적으로 육아휴직을 할 경우, 두번째로 휴직하는 사람이 첫 3개월 급여를 통상임금의 100%를 받는 ‘아빠 육아휴직 보너스제’를 이용한 이는 지난해 모두 9796명으로, 전년도(6611명)보다 48.2% 증가했다. 이 가운데 남성은 8599명이었다.
남성 육아휴직자의 증가는, 엄마뿐만 아니라 아빠도 자녀를 양육하는 힘듦과 기쁨을 누려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의 영향으로 볼 수 있다. 아내의 권유로 1년 육아휴직 중이라는 서울의 한 아빠는 “육아휴직 중이던 아내에게 ‘왜 이렇게 피곤해하냐. 아이들 돌보면서 쉬는 거 아니냐’고 했던 내가 후회됐다. 아이를 혼자 힘으로 온전히 돌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라면서도 “아이들과 같이 온전히 시간을 보내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라고 말했다.
조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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