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삼성디스플레이노동조합 출범식에서 이창완·김정란 공동 위원장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무노조 경영’ 삼성그룹에 또 하나의 노동조합이 설립됐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산하 삼성디스플레이 노동조합은 20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출범식을 열어 “그동안 회사의 일방적 경영과 소통 부재 속에 부당한 인사이동·퇴직권고 등에 시달려 왔다”며 “노동조합이 앞장서 조합원을 보호하고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누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삼성디스플레이 노조 설립은 지난달 29일 회사 쪽의 ‘성과급(OPI) 미지급’ 발표를 계기로 내부 불만이 폭발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이 회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조9천억원으로 추정된다. 노조는 19일 충남 아산시에서 설립신고증을 교부받아, 현재 온·오프라인을 통해 조합원을 모집 중이다. 이 회사의 전체 임직원은 2만5천명가량이다.
이창완(29) 공동위원장은 출범식에서 “최근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공작’에 개입해 실형을 선고받은) 그룹 전·현직 임원들의 재판 결과와 현 정부의 (친노동) 분위기가 힘이 됐던 것 같다”며 “그동안 삼성디스플레이 노동자들은 헌법에 보장된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보장받지 못했고, 정당한 노동의 대가도 누릴 수 없었다. 앞으로 그룹의 경영 방식과 시대 환경에 걸맞은 노사관계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삼성 계열사 가운데 한국노총 산하는 삼성전자와 삼성화재 등에 이어 삼성디스플레이가 다섯번째다. 이 공동위원장은 “‘좋은 옷’(민주노총)을 고르기보다 우리에게 ‘맞는 옷’(한국노총)을 찾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며 “(한국노총에 가입한) 삼성전자 노조 설립을 벤치마킹했다. 에스케이(SK)하이닉스·엘지(LG)전자 노조 등과 연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노동계 안팎에선 지난해 하반기부터 잇따라 설립된 삼성 계열사 노조들이 삼성의 ‘무노조 경영’ 방침을 흔드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면서도, ‘지속가능성’은 유보적으로 평가하는 이들이 많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회사의 노조 가입 방해 등으로) 당장 조합원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양상이 나타나진 않더라도 ‘무노조 삼성’이라는 큰 흐름은 깨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본적인 노동권을 보장하는 정권과 양대 노총의 조직화 경쟁이라는 두가지 변수가 있어 노조의 지속가능성을 예단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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