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포스코·삼성전자 등 11곳, 원청보다 하청 사망사고 많았다

고용노동부, 2018년 한해 분석
원·하청 합친 사망자 17명 중
16명 하청업체 소속
분석대상서 건설업 빠져 한계

고려아연 온산제련소가 대규모 사업장 가운데 원청의 안전조치 소홀 탓에 2018년 한해 동안 숨진 하청(도급)업체 노동자의 비중이 가장 높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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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는 20일, ‘원·하청 산재 통합관리제’ 시행에 따라 원·하청을 합친 통합 산업재해 사고사망만인율(상시 노동자를 1만명으로 환산할 때 산재 사고로 숨진 이의 수)이 원청보다 높은 사업장 11곳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공개 대상인 제조업, 철도운송업, 도시철도운송업의 1천명 이상 사업장 128곳 가운데,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의 2018년 통합 사고사망만인율이 7.746‱로 가장 높았다. 이전처럼 원청의 산재 사고사망만 따지면 이 비율이 0이지만, 원청이 하청업체의 산재 통계(15.072‱)까지 통합해 관리하도록 하면서 사고사망만인율이 크게 오른 것이다. 이 사업장의 하청업체에선 2명이 숨졌다.

삼성디스플레이 천안사업장(3.501‱), 에쓰-오일(2.454‱), 르노삼성자동차(2.21‱), 포스코 포항제철소(1.929‱), 삼성전자 기흥공장(1.091‱)도 노동자 1만명당 숨진 이가 1명을 넘었다. 한국철도공사(0.674‱), 현대제철(0.555‱), 포스코 광양제철소(0.547‱), 대우조선해양(0.352‱), 엘지(LG)디스플레이(0.341‱)도 하청의 산재 사고사망 비중이 높았다. 11곳 전체의 통합 사고사망만인율은 0.961‱(원청 0.108‱, 하청 1.893‱)이었다.

원·하청을 합친 사망자 수는 모두 17명으로,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4명으로 가장 많았다. 고려아연과 삼성전자 기흥공장, 한국철도공사는 2명씩이었고, 나머지는 각 1명씩이었다. 공공기관 가운데 유일하게 이 명단에 이름을 올린 한국철도공사(원·하청 각 1명)를 제외하면, 사망자는 모두 하청업체 소속이었다. 사망원인은 질식이 7명으로 가장 많았고, 추락과 끼임이 각 4명이었다.

노동부는 매년 이 명단을 발표하는 한편, 올해 500명 이상 사업장, 2022년 전기업(태안화력발전소 등 발전업 포함)으로 원·하청 산재 통합관리 대상을 확대할 예정이다. 또 원청이 하청업체를 포함한 전반적인 안전관리를 강화할 수 있도록, 원청이 하청노동자의 산재에 책임이 있는 경우 등엔 원청의 산재보험료율을 올리는 내용으로 ‘개별실적요율제’를 개편할 계획이다.

하지만 원·하청 산재 통합관리 대상에서 전체 산재사고사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건설업이 빠진 것은 한계로 지적된다. 노동부는 “건설업은 원청이 하청업체의 산재보험까지 일괄적으로 가입해, 하청 노동자의 산재가 발생해도 원청의 산재로 파악할 수 있어 통합관리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설명했다.

유성규 노동건강연대 노무사는 “산재보험의 개별실적요율제 개편은 진일보한 제도적 변화”라면서도 “산재보험 가입은 원·하청이 계약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그나마도 보험료를 내고 관리 대상이 되는 곳은 시공사로 한정되고, 발주자는 해당 사항이 없어 한국전력 같은 전기통신공사나 소방시설, 문화재수리 등은 전부 예외”라고 지적했다.

조혜정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