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오후 경기 이천시 서희청소년문화센터에 준비된 이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합동분향소에서 피해 유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38명의 노동자가 사망한 경기 이천 물류센터 참사를 계기로 안전보건 조치를 위반한 사업주에 대한 실질적인 처벌을 강화하기로 했다.
고용노동부는 8일 이재갑 장관 주재로 열린 이천 물류센터 화재 중앙사고수습본부 관계기관 회의 결과, 사업주의 안전조치 의무를 규정한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일명 ‘김용균법’)의 양형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대법원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안전 조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업주 처벌이 ‘솜방망이’에 그쳐 건설업 등 노동 현장에서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지난 1월16일부터 시행된 개정 산안법은 안전보건 조치를 하지 않아 노동자를 숨지게 한 사업주에게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실제 법관이 형량을 정할 때 판단 기준으로 삼는 양형기준(41개)에서 산안법 위반 사건은 ‘과실치사상 범죄군’에 속해 특별한 가중·감경 사유가 없으면 일반 형사범죄인 ‘업무상 과실·중과실치사’(기본 8월~2년)보다 낮은 형량(6월~1년6월)을 정하도록 권고한다. 더욱이 사망 사건 이외의 산안법 위반 범죄는 별도의 양형기준 자체가 없다.
노동부 관계자는 “산안법의 법정형을 높여도 양형기준이 바뀌지 않으면 사업주 처벌 수위가 높아질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해, 대법원에 산안법 위반 범죄를 별도의 범죄군으로 분리해 양형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대법원에 전달했다”며 “이르면 5월 중 대법원 양형위원회에서 관련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아주대 산학협력단이 지난해 10월 안전보건공단에 제출한 보고서(‘산업안전보건법상 위반사건의 제재에 대한 인식조사)를 보면, 지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산재 사망·상해 혐의(산안법 위반 또는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공소가 제기돼 법원 판결이 난 1714건(전체 3405건)에서 징역 또는 금고형을 받은 경우는 피고인 2932명 가운데 2.93%(86명)에 불과했다. 절대 다수인 90.72%는 벌금형 및 집행유예 처분을 받는데 그쳤다. 절반이 넘는(57.26%) 피고인(1679명)이 선고받은 벌금형의 5년간 평균액은 약 421만원(개인 기준)으로 조사됐다.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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