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이티(IT) 개발자가 오피스텔에서 식사를 하면서 코딩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일감을 얻는 정보통신(IT) 업계 프리랜서 개발자들의 권리를 보장할 첫 노사정 합의문이 나왔다. 하지만 강제성이 없는 ‘자율규범’이어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대통령 소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디지털 전환과 노동의 미래 위원회’는 27일 프리랜서 개발자들이 불합리한 업무 지시나 입금 지연 등의 피해를 보지 않도록 계약 체결에서부터 중개 플랫폼 업체의 책임을 강화한 ‘플랫폼 경제 활성화 및 노동 종사자 지원 방안에 관한 합의문’을 발표했다. 합의문은 △플랫폼 기업 자율규범 실행 추진 △아이티 플랫폼 노동자 사회보험 적용방안 검토 △지속가능한 아이티 플랫폼 및 노동자 발전 모델을 위한 연구조사 등 크게 세 분야로 구성됐다.
이번 합의문의 핵심인 ‘아이티 인력·프로젝트 중개 플랫폼 기업 자율규범’에는 플랫폼 기업이 프리랜서 노동자 보호를 위해 프로젝트의 대금 지급 시기를 명시하고, 개발자의 경력관리를 위해 업체가 필요한 경우 경력증명서를 발급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준수해야 할 내용이 담겼다. 정부는 자율규범의 실효성을 위해 우수 기업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현재 이랜서·위시켓·프리모아 등 3대 중개 플랫폼 기업이 모두 자율규범 준수 의사를 밝혔다.
국내 소프트웨어 프리랜서 개발자는 약 2만6천~6만6천명 규모로 추정된다. 그런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가 2018년 프리랜서 개발자 949명의 근로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업체와 계약서를 작성한 경험이 있는 사람(903명)의 16.1%만이 ‘계약서가 공정하게 작성됐다’고 응답했다. ‘계약 내용이 준수되지 않았다’고 응답한 프리랜서 개발자(676명)들은 △업무 변경(56.5%) △과제 기간 연장(49.0%) △임금 지급 지연(46.3%) 등의 피해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합의문은 이런 문제를 개선하려는 조처다.
하지만 업체가 자율규범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이를 제재할 방안은 따로 없어 합의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이번 자율규범의 ‘분쟁해결’ 조항에는 “의뢰자와 공급자 간에 분쟁 발생 시 당사자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합의할 수 있도록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타협을 위해 노력한다”는 수준의 내용만 포함됐다.
한편, 이날 위원회는 배달 플랫폼 노동자들의 잇따른 산업재해 사고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됨에 따라 이들의 산재보험 적용 확대와 고용보험 가입 등을 논의할 ‘디지털 플랫폼 노동: 배달 업종 분과위원회’를 발족했다. 플랫폼 노동의 업종이 배달, 가사서비스, 아이티 등 다양한 분야로 확산하는 상황에서 업종에 따라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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