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왼쪽)이 3일 대법원 양형위원회를 방문해 김영란 양형위원회 위원장에게 산업안전보건법 양형기준 조정에 대한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제공
경기 이천 물류센터 참사를 계기로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위반한 사업주의 실질적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3일 대법원을 찾아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일명 ‘김용균법’) 위반 범죄의 양형기준을 조정하는 데 협조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재갑 장관은 이날 대법원에서 김영란 대법원 양형위원회 위원장을 만나 이런 뜻을 전달했다. 앞서 노동부는 지난달 4일 양형위원회에 현재 ‘과실치사상 범죄군’에 속하는 산안법 위반 사건을 별도의 범죄군으로 분류해 양형기준을 높이고, 벌금형 양형기준을 신설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다.
지난 1월 시행된 개정 산안법은 안전보건 조치를 하지 않아 노동자를 숨지게 한 사업주에게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지만, 실제 법관이 형량을 정할 때 참고하는 양형기준에선 특별한 가중·감경 사유가 없을 경우 일반 형사범죄인 ‘업무상 과실·중과실치사’(8개월~2년)보다 낮은 형량(6개월~1년6개월)을 정하도록 권고한다. 그 결과 안전 조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업주의 처벌이 ‘솜방망이’에 그쳐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사고가 잇따르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양형위원회가 노동부의 의견을 수용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양형기준 조정을 위해선 위원회의 전문위원단(13명) 검토를 거쳐 양형위원(위원장 포함 13명) 의결이 필요한데, 양형위원 회의가 한두달마다 열리는 점을 고려할 때 현재 7기 위원들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 4월 말 전에 결론을 내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양형위원회 쪽은 “통상 내부 검토 과정에서 의견서 내용이 모두 반영되는 것은 아니며, 아직 노동부의 의견서만 제출된 단계라 산안법 양형기준 조정에 대해 정해진 바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재갑 장관은 이날 “산안법 위반으로 인한 사망사고는 개인의 주의의무 위반에 따른 업무상 과실치사죄와 달리 안전관리체계 미비 등 기업범죄의 성격을 가진다”며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이라는 소중한 법익을 보호하기 위해 사법부의 적극적 협조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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