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무총리가 18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조정회의에 앞서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부터 건설현장 화재안전 대책과 관련, 건설현장 혼재작업 현황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38명의 노동자가 숨진 한익스프레스 물류센터 화재 참사와 관련해 산업재해의 책임이 있는 기업에 과징금 등 금전적 제재를 도입하는 내용의 산업안전보건법(일명 ‘김용균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건설현장 화재안전 대책’ 브리핑에서 이런 내용을 발표했다. 앞서 노동부는 지난달 안전보건 조치를 위반한 사업주에 대한 실질적 처벌을 강화하기 위해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산안법 위반 사건의 양형기준 개선을 요청한 바 있다. 최근 잇따른 사업장 내 중대재해 사고를 예방하려면 기업과 경영자의 안전관리 책임에 경각심을 일깨워야 한다는 취지다.
이런 맥락에서 정부는 안전관리자 등이 사업장 안전관리 상황을 회사 경영책임자에게 보고하도록 하는 조항도 새 산안법에 포함시키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노동부는 산안법 개정을 위한 연구용역을 지난달 시작했으며, 국회 일정에 따라 올 연말 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도 △다중인명피해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정 △검찰의 산안법 위반사건 구형기준 개선 △지자체의 건설 현장 지도 근거 규정 마련 등이 이번 대책에 포함됐다.
이재갑 장관은 “법인의 경우 형사법상 직접적인 책임 능력이 없어 양벌규정을 따르기 때문에 (산안법을 위반해도) 실제 벌금형을 안 받는 경우가 많다”며 “(처벌을 피하는) 이런 경우를 대상으로 과징금 제도를 마련해 적용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산재 사망 사고 예방을 위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해온 노동계는 이번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현행 산안법에도 도급 금지 규정과 관련해 10억원 이하의 과징금 제도가 있지만, 매출 규모가 큰 재벌 대기업들엔 (액수가 낮아) 영향이 없다”며 “2018년 (‘징역 1년 이상’ 식으로) 하한형이 설정됐던 개정 산안법 입법예고안보다 후퇴한 내용”이라고 한계를 지적했다. 박혜영 노동건강연대 활동가 겸 노무사도 “(노동자 재해보험료 일부 부담 등) 발주자의 의무를 규정한 내용 등이 포함됐지만, 이번 참사의 상징성에 비춰볼 때 원청 사업주의 책임이나 처벌 내용이 후속 대책에 약하게 규정된 것 같다”고 정부 대책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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