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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콜센터 노동자의 극단적 선택…“직무 전환 뒤 따돌림·괴롭힘”

등록 2020-08-19 16:10수정 2020-08-19 16:46

지난 3월 숨진 엘지전자 자회사 상담직 임균택씨
유족 “2018년10월 수리직→상담직 직무 전환된 뒤
극심한 스트레스 호소, 직무전환 요구도 매번 묵살”
회사 “회사생활에 대한 스트레스 호소 한 적 없어”
19일 오전 금속노조 하이텔레서비스지회가 서울 금천구 ㈜하이텔레서비스 본사 앞에서 지난 3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임균택씨 사망사건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금속노조 제공
19일 오전 금속노조 하이텔레서비스지회가 서울 금천구 ㈜하이텔레서비스 본사 앞에서 지난 3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임균택씨 사망사건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금속노조 제공

지난 3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엘지(LG)전자 자회사(㈜하이텔레서비스) 소속 한 노동자의 사망 원인을 놓고, 유족과 회사가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다. 유족은 고인이 직장 내 따돌림·괴롭힘, 직무 스트레스 등 회사생활에서의 어려움을 지속해서 호소해 왔던 점 등으로 미뤄 ’산업재해’라는 입장이지만 회사는 “자체 조사 결과 직장 내 괴롭힘은 확인되지 않았다. 산재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19일 금속노조 하이텔레서비스지회는 서울 금천구 본사 앞에서’고 임균택 엔지니어 사망 진상규명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회사는 유족들에게 사과하고, 노조·유족과 함께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사건의 진실을 규명해 달라”고 촉구했다. ㈜하이텔레서비스는 엘지전자의 비투비(B2B·회사 대 회사) 서비스와 고객상담 업무를 담당하는 자회사다.

임씨는 2011년 ㈜하이텔레서비스 광주센터에 출장 엔지니어(수리직군)로 입사했다. 2018년 10월18일 회사 가을 행사에 참여해 회식하고 다음날 오전 전날 먹은 술이 깨지 않은 채 회사 차량으로 출장을 가다가 교통사고를 내고 면허취소처분을 받았다. 임씨는 징계를 받고 상담직으로 전환 배치됐고, 광주센터 홀로 ‘엘지전자 제품에 대한 전화상담 업무’를 맡아오다, 지난 3월17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징계를 받은 뒤 임씨가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었다는 것이 유족과 노조의 주장이다. 임씨 형인 임경택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동생이 죽기 3일 전 통화에서 ’자다가 눈을 뜨면 출근할 마음에 가슴이 벌렁거린다. 너무 힘들다. 회사 문 앞에 서면 사무실이라는 공간이 너무 두렵게 느껴진다’고 호소했다”며 “회사가 동생의 죽음에 대해 유족과 노조와 함께 진상조사를 벌여달라”고 호소했다.

박지완 하이텔레서비스지회장도 “일은 광주센터에서 하지만 ’평택 콜센터’에서 업무지시를 받아 같은 사무실 직원들과 식사도 회식도 대화조차 없는 상태에서 근무해 왔다”며 “지난해 11월 면허증이 회복돼 임씨가 기술직 전환을 직속 관리자에게 지속해서 요구해 왔지만 묵살당했다. 그런데도 경영진은 금시초문이라고 하니 직속 관리자들이 위로 보고하지 않은 건지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사망 당일 오전에도 임씨가 평택의 파트장과 수차례 통화를 하면서 ‘임씨의 발음문제’ 등을 놓고 갈등을 빚었다고 한다.

이날 유족이 공개한 임씨의 통화 녹음을 들어보면 임씨는 지난해 10월31일 동료직원에게 이렇게 말한다. “나 (오전)7시30분 되면 사무실 출근해요. 아침에 이메일 20분 동안 열심히 보고 사무실을 나가요. 나 계단에 앉아 있다가 9시 2분 전에 들어와요. 말 듣기 싫으니까. (중략) 이 사람들 하고 말 섞는 것 자체가 싫어요.”

노조는 △개인·가정사에 문제가 없었던 점 △가족과 동료들과 회사생활에 대한 고통을 지속적으로 호소해 왔던 점△직무전환 요청이 묵살돼 온 점 등으로 볼 때 임씨의 사망은 ‘산업재해’에 해당한다며 지난 12일 산재를 신청했다.

이에 대해 ㈜하이텔레서비스는 “자체 조사 결과 직장 내 괴롭힘은 확인되지 않았고, 임씨가 직무전환을 요청하거나 회사생활에 대한 고통을 호소한 적도 없다”고 유족·노조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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