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경보가 발효된 2018년 7월18일 서울 시내 한 건설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일을 하고 있다. 폭염 특보가 발효되면 낮 12시부터 2시간 동안 야외 노동을 중단하라는 서울시 권고가 있었지만 대부분 이를 알지못하는 듯 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폭염주의보·경보가 발령되면 매시간 10∼15분 규칙적인 휴식을 보장하고 오후 2∼5시에는 옥외작업을 단축 또는 중단해야 한다는 것이 노동자 건강보호를 위해 고용노동부가 마련한 ‘폭염지침’이다. 이 지침은 현장에서 얼마나 준수될까.
20일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전날 ’토목건축 현장에서 일하는 조합원’ 46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매시간 10∼15분 이상 규칙적으로 쉬고 있다’는 답변은 24.8%(108명)에 불과했다. ‘재량껏 쉰다.’(55.5% 242명)가 가장 많았고, ’쉬지 않고 일한다’(19.7%, 86명)는 응답 비중도 적지 않았다.
폭염 경보가 발령된 날 오후 2∼5시, 긴급작업을 제외한 작업이 중단 또는 단축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별도 지시 없이 일했다’는 응답이 83.1%(354명)로 ‘작업이 중단 또는 단축된 적이 있다’는 답(16.9% 72명)보다 많았다.
’시원한 물을 받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받았다’는 답이 88.0%(387명)로 다수였지만, ’받지 못했다’는 답도 여전히 12.0%(53명)에 달했다. 물·그늘·휴식은 노동부가 여름철마다 강조하는 ‘열사병 예방 3대 기본수칙’이다.
’휴식은 그늘진 곳에서 햇볕이 완전히 차단된 곳에서 쉬느냐’는 문항에 대해서도 ’그렇다’는 응답은 41.4%(180명)로 ’아무 데서나 쉰다’(58.6%, 255명)보다 적었다. 또 ’작업공간 가까운 곳(100m 이내)에 간이 그늘막이 설치돼 있는지’에 대해서도 ’없다’는 응답이 45.1%(197명)로 조사됐다.
폭염이 실제 건설노동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 ’폭염으로 노동자가 실신하는 등 이상징후를 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한 차례 이상 봤다’는 응답이 37.0%(139명)였다.
건설노조는 “건설노동자들이 폭염 등을 비롯한 안전 규정대로 일할 것을 요구하면 현장에선 ’지킬 것 지키면 공사 못 한다’, ’당신 아니어도 일할 사람 많다’고 반응한다”며 “편의시설 설치의 세부기준이 마련되고, 설치가 의무화돼야 하며, 폭염지침 관리·감독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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